성격과 지능. 유전일까 교육일까

“무작정 비싸고 좋은 교육 시킨다고 능사는 아니다”

김민진 기자 승인 2020.06.26 06:02 | 최종 수정 2020.06.26 06:05 의견 0

[포스트21=김민진 기자] “애가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면 성격 버린다.” 어르신들이 떼 쓰는 아이를 보고 종종 하는 말이다.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하고 싶은 행동, 혹은 가지고 깊은 물건을 못 가지게 하면 그게 응어리가 되어서 성격이 꼬인다는 뜻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자신의 아이를 보다 똑똑하게, 혹은 사교성 있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이 시대의 많은 부모들은 영재교육을 실시하기까지 한다. 

과연 이들의 노력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인가? 인간의 성격, 지능은 교육을 비롯한 환경으로 형성되는 것일까? 아니면 타고나는 걸까?

행동심리학자 B.F. 스키너, 처벌과 보상이 학습의 왕도다. 주장 

유전학은 1865년, 완두콩의 형질을 연구한 오스트리아의 신부 멘델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다. 

이후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유전학은 우수한 유전자를 이어나가는 활동인 우생학으로 발현, 나치즘의 대학살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나치즘은 우수한 유전자를 계속해서 보존하면 보다 인간이라는 종 자체가 진화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소련이나 중국, 미국은 개인의 유전적 취향, 성격은 교화와 환경을 통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같은 이론의 대표적인 학자가 바로 행동심리학자의 대명사인 B.F. 스키너다. 그는 배고픈 쥐와 비둘기에게 특정 행동을 하면 먹이를 주는 식으로 원하는 행동을 유도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을 통해 스키너는 모든 생물의 행동은 처벌과 보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심리학은 마음의 영역이 아니라 행동의 과학이라는 것이 스키너 이론의 핵심이었다. 그의 이론은 교육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교육을 받는 대상자의 성격, 취향에 관계없이 모든 학습은 처벌과 보상만 있으면 교육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 것이다. 

오늘날 환경과 양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1990년대 일부 가정과 교육기관에서 체벌을 강조했던 이유도 스키너의 이론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성격과 취향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자?

하지만 1990년대부터 지능과 성격에는 환경적 영향보다는 유전적 영향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79년부터 시작된 쌍둥이 연구다. 1979년, 미국의 심리학자 토마스 부샤드는 태어나자마자 각기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었다가 40년만에 만난 쌍둥이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흥미로움을 느낀 부샤드는 두 쌍둥이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조사해 보기로 결심, 양해를 구하고 연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의 습관과 취미는 거의 완벽히 일치했다. 

두 사람은 똑같이 습관적으로 손톱을 물어뜯었고, 목공을 취미로 하고 있었으며, 농구를 싫어했다.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의 공통점은 오직 하나, 유전자 뿐이었다. 

이 조사를 통해 촉발된 무수히 많은 쌍둥이 연구는 유전자가 개인의 성격과 지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를 알려주었다. 

일부에서는 책임감, 자신감, 도전능력, 인내심 등 심리학적 요인, 혹은 의지와 관련된 부분까지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잠재된 유전적 자질, 교육 통해 성장시키자

많은 쌍둥이 연구를 통해 도출된 사실은 인간의 지능과 성격은 30~50%가 유전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성격을 형성하는 유전적 영향이 20~40% 정도지만, 어른이 되면 이 비율이 40~60%로 늘어난다. 

특히 신체나 정신적인 병력은 유전의 영향이 훨씬 크다. 유전자가 똑같으면 같은 정신병에 걸릴 확률이 높고, 같은 신체 능력을 보유할 확률이 크다. 

지능 역시 50%가 유전의 영향이고, 30%는 가정 환경, 20%는 개인 환경의 소산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개인의 성격과 지능을 형성하는 데 유전의 역할이 크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유전학을 공부하는 학자들, 혹은 유전학을 맹신하는 이들도 유전자는 잠재적 소질일 뿐, 그것이 한 개인을 모두 표현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유전적인 소질을 성장시키고, 발현시키는 것은 오직 개인의 노력과 환경적 영향이라는 것. 

양육에서도 마찬가지다. 내 아이 안에 잠재된 유전적 형질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개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과 교육이 필요한지를 고민해야지. 무작정 비싸고 좋은 교육을 시킨다고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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