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에서 석유까지. 파란만장한 역사 품은 기업, 롯데의 경쟁력

김민진 기자 승인 2020.08.22 08:57 | 최종 수정 2020.08.22 08:59 의견 0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작은 껌을 판매하면서 대기업이 된 그룹, 제과와 유통쪽에 집중하며 다른 대기업과 달리 수출보다는 한국 내수시장을 겨냥하는 전략을 내놓고 있는 독특한 기업이 있으니, 바로 롯데다. 야구단을 비롯해 마트, 백화점까지 진출한 롯데의 역사와 현 회장, 신동빈의 리더십에 대해 알아본다. 

진정한 자수성가, 신격호의 롯데

우리나라 유수의 대기업 창업자 중 대부분은 부호집안의 자제였거나, 일본기업을 물려받아 성장시킨 경우가 많다. 한국 대기업의 창업주 중 진정한 의미에서 자수성가한 인물은 현대의 고 정주영과 롯데의 고 신격호 뿐이다. 

롯데의 창업주 고 신격호는 초등학교까지 마치고 전문학교에 진학, 농사일을 하다가 사업가의 꿈을 안고 1941년, 일본으로 넘어간다. 

이 곳에서 특유의 끈기와 성실함을 인정받아 일본의 부호 중 한 명에게 투자를 받아 공장을 시작하게 되는데, 전쟁통이었기 때문에 얼마 안 가 망해 버리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공장이 미군의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상황. 말 그대로 쫄딱 망한 신격호였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사업에 도전, 세탁비누, 포마드 크림 등을 만드는 공장을 차린다. 

여기서 기반을 마련한 고 신격호는 지금의 롯데를 있게 한 상품, 롯데 껌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그의 롯데 껌은 모든 껌의 장점을 모두 집약한 상품으로 일본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렇게 사업을 성장시키던 고 신격호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한국과 일본의 국교가 정상화되자 고국으로 진출, 급격한 성장을 이룬다.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호텔, 유통, 백화점 등에 진출했으며 IMF 때도 다른 대기업과 달리 큰 위기 없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 지금의 자리에 이른다.

변화하는 롯데의 사업 포트폴리오

롯데는 대한민국 그룹 중 자산 규모로 재계 5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의 대기업이다. 일반 대중들에게 롯데는 제과, 유통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 롯데의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석유화학산업인 롯데케미칼이다. 

물론 롯데의 성장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건 유통과 음식료, 호텔이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그 이야기도 옛 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롯데라는 이름은 문학을 사랑했던 창업자, 고 신격호가 괴테의 소설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히로인 샤롯데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M&A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지만, 회장인 고 신격호의 정신을 받들어 안정적인 운영을 지향하는 특징이 있다. IMF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것도 신격호의 무차입 원칙을 롯데가 철저히 지켜나간 덕분이었다. 

하지만 고 신격호의 차남, 신동빈이 2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롯데가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식품과 유통에 집중하던 사업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도 신동빈 회장이 취임하고 나서다.

샤이한 리더십? No! 전략적 신비주의!

롯데의 오너 일가는 유독 사건 사고가 많은 집안이다. 창업주인 고 신격호가 물러나는 과정도 순조롭지 않았고, 창업 당시부터 일본과 연이 많았던 탓에 오너 일가에 대한 국민 정서가 좋지 않다는 사실도 총수를 비롯한 경영진이 잘 알고 있다. 

보수적인 경영을 해 온 고 신격호의 뒤를 이은 차남, 신동빈 회장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경영전략으로 젊은 롯데를 이끌어갔다. 남성중심의 회사를 꿈꾼 신격호와 달리 여성의 취업비율을 높였고, 기업공개를 꺼린 신격호 대신 롯데의 기업공개를 결정한 것도 신동빈이었다. 

여태까지 그의 행보를 잘 살펴보면 신동빈 회장은 시대의 흐름을 면밀히 살피며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대응의 중심에는 총수인 자신 대신, 일선의 경영자들이 서 있길 바란다. 

매 주 직원식당에서 일반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눌 정도로 소통을 즐기지만,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는 꺼린다. 샤이하다는 표현보다는 전략적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리더인 셈. 

롯데는 코로나 사태로 유통과 화학산업에 영향이 오자 곧바로 거액의 비용을 들여 통합쇼핑몰을 구축하고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등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주의 깊게 살피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신동빈 회장의 전략적 리더십이 롯데를 어떤 길로 끌고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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