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트로트와 일본의 엔카는 엄연히 다른 장르다

트로트는 명백히 우리 민족 고유의 한과 정서를 담은 대중가요

최현종 기자 승인 2020.09.16 10:48 | 최종 수정 2020.09.16 10:51 의견 0

[포스트21 뉴스=최현종 기자] 요즘 TV만 틀면 나오는 익숙한 문구가 있다. 바로 트로트다. 미스 트로트, 미스터 트로트와 함께 찾아온 트로트 열풍은 대한민국을 트로트의 도가니로 끌고 갔다. 

거리에는 트로트가 아무렇지 않게 흘러나오고, 10대 20대 젊은이들이 트로트를 흥겹게 부르고 다닌다. 과거 뽕짝이라 불리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트로트가 이제는 음악계를 움직이는 큰 손이 되어버렸다. 

트로트는 우리 전통문화의 하나이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일본 엔카를 따라한 하위문화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트로트 열풍을 기념하며 트로트의 역사를 살펴보았다.

한국을 휩쓴 트로트 열풍

미스 트롯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트로트 열풍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트로트 경연프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들이 TOP급 연예인으로 분류되고 있고, 이미 다른 장르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도 트로트에 유입되어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유산슬, 송가인, 영탁이라는 이름이 음원에서 보이지 않는 게 어색할 정도가 되었다. 거의 모든 방송사에서 각각 한 두 가지씩은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했을 만큼 전 국민적인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트로트지만,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사정은 이렇지 않았다. 

홍진영, 장윤정, 박현빈 등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스타덤에 오르긴 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트로트는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이들도 손쉽게 트로트를 따라부르고, 어르신들도 뒤에서가 아니라 대놓고 콘서트를 보시며, 젊은 트로트 스타들에 열광한다. 

트로트 전성시대, 하지만 아직도 일부에서는 트로트가 과거 일본 엔카의 영향을 받은 일본 문물이라 믿는 이들이 있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엔카와 다른 우리 민족의 고유한 음악 장르

트로트는 서양의 춤곡 장르 중 하나인 폭스트롯에서 유래한 음악 장르로 1930년대 중반에 탄생한 음악이다. 초기에는 서양의 문물을 한국보다 훨씬 빠르게 받아들인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엔카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애초에 일제강점기에는 민족 말살 정책으로 인해 왜색이 없는 음악은 부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광복 전후에는 왜색을 모두 걷어내는 활동으로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일례로 이화여전에서 트로트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담고 있는 음악이라는 교육을 진행했을 정도다. 

사실 애초에 엔카와 트로트는 노래의 목적이나 흐름 자체가 많이 다른 음악이다. 엔카는 일본에서 정치 선전용 음악으로 주로 쓰이는 음악인데 반해 트로트는 그 목적이나 안에 담긴 정서가 무수히 많을 정도로 다방면에서 쓰이는 음악 장르다. 

오히려 트로트의 부흥이 엔카에 영향을 주었을 만큼 엔카와 트로트는 엄연히 다른 장르이며 그나마 남아 있는 왜색 역시 해방 이후 많은 노력을 통해 걷어낸 바 있다. 

암흑기를 거쳐 열풍의 시대로

1970년대까지도 한국의 음악을 지배하다시피 했던 트로트지만, 80년대부터 포크, 발라드 등 서양의 다양한 음악들이 유입되면서 트로트는 조금씩 설 자리를 잃게 된다. 2000년대 들어오면 힙합과 아이돌에 밀려 아예 트로트 가수는 TV에서 그 모습을 보기 힘들어진다. 

음악을 향유하는 대상의 연령이 점차 낮아졌기 때문. 이대로 트로트라는 장르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때, 장윤정과 박현빈, 홍진영 등의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등장해 명맥을 이었으며, 이는 곧 트로트 열풍이 되었다. 

트로트는 명백히 우리 민족 고유의 한과 정서를 담은 대중가요다. 한 때 뽕짝이라고 불리며 비하 받았던 트로트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은 기뻐할 일이지만, 너무 많은 노출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대중도 있다. 

무슨 채널이든 틀면 트로트가 나오니 지겹다는 것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당한 완급조절이 필요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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