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변신, LG의 리더십

김민진 기자 승인 2020.07.25 06:39 | 최종 수정 2020.07.25 06:44 의견 0

[포스트21=김민진 기자] 대한민국에서 재벌은 대중들에게 언제나 뜨거운 감자 같은 존재다. 한 번씩 해외에서 국위선양을 해서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럽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각종 탈세와 부정, 현실적이지 않은 재산 규모 등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한국의 국민들은 모두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하면서도 대기업을 비난하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국민의 비난 여론이 유일하게 비켜간 대기업이 있으니, 바로 LG 그룹이다. 

구인회 상점이 재계서열 4위에 이르기까지

LG의 시작은 1931년, 구인회상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인회상점은 창업주인 연암 구인회가 경상남도 진주에 설립한 상점으로 LG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1941년부터 구인회는 훗날 분리해 GS그룹을 세우게 되는 허씨 일가와 동업을 시작하게 된다. 해방 이후 구인회는 락희 화학공업사, 락희산업, 금성사 등을 세우며 승승장구한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플라스틱을 생산한 기업이기도 했고, 최초로 연고 치약을 개발한 기업도 구인회의 그룹이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 금성사나 럭키그룹이라는 명칭으로 불렸으나, 1984년부터 LG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LG라는 이름 자체는 있었으나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어서 당시 언론이나 사내에서는 럭키그룹과 LG를 혼용해 쓰곤 했다. 그러다가 1995년, 구본무 회장이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모든 계열사가 그룹명을 럭키와 금성의 앞글자를 딴 LG로 바꾼다. 

처음에 구인회 창업주와 허씨 일가가 시작한 동업이 60여 년 동안 이어졌으나, 2005년, 허씨 일가가 독립하여 GS그룹을 세우면서 동업 관계가 청산되기도 했다. 수많은 계열사를 분리하며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오늘날에는 대한민국 재계서열 4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거대한 기업이 되어 있다. 

인화(人和)의 가치를 바탕으로 착한 기업이 된 LG

LG그룹은 다른 대기업과 다르게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룬 기업으로 유명하다. 계열 분리한 기업도 많고, 아예 매각한 계열사도 많다. 

재벌가에서 한 번씩은 벌어지기 마련인 기업 상속에 있어서도 단 한 차례의 잡음도 없었다. LG는 언제나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며 친족의 계열사는 분리시켜 운영하고 있다. 

대중들이 재벌들에게 가장 비판적인 총수 승계역시 어마어마한 세금을 온전히 내면서 법에 저촉되는 일은 저지르질 않았다. 대한민국의 5대 대기업 중 오너 일가가 유일하게 사법처리를 한 번도 안 받았을 정도. 

이는 창업주 구인회 회장으로부터 내려온 인화(人和)의 리더십 영향이다. 애초에 지역의 양반 가문인 구씨 집안은 지금도 꽤나 보수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으며 인간을 존중하는 경영 철학을 유지하고 있다. 

윤리경영, 인간 중심 경영을 총수 일가가 몸에 체득하고 있고, 이를 기업 운영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LG의인상을 제정해 매년 의로운 행동을 한 시민에게 위로금을 전달하고 있고, 지뢰 폭발 사고로 중상을 입은 장병에게 위로금도 전달한다. 

선로에 떨어진 장애인을 구한 군인을 신입사원으로 특별 채용한 사례도 있다. 물론 대다수의 기업이 자신들의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 많은 자금을 투자하고 있지만 LG의 사회 환원 활동은 유독 주목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인화를 주요 가치로 착한 기업이라 불리던 LG. 하지만 40대의 젊은 리더,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면서 LG가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LG의 선두에 선 구광모 회장

2018년 6월, 전대 회장인 구본무 회장이 타계하면서 후계자인 구광모가 LG 회장이 되었다. 대한민국 재벌가에서 처음으로 탄생한 4세 경영진이었다. 

구광모 회장 / 사진 LG
구광모 회장 / 사진 LG

구광모 회장은 2006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했으며 차근차근 승진한 인물이다. 학창시절에도 재벌가 티를 내지 않아서 주위 친구들이 LG전자 대리점 아들로 생각했다고 한다. 

상무로 재직할 때도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상사의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로 소탈하고 권위의식이 없는 인물이다. 재계에서 젊다고 평가받는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보다 10살 어린 구광모 회장은 젊은 피답게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기업 운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 외부인사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 본래 LG는 내부에서 승진한 인사가 대표직을 맡는, 이른바 순혈주의 문화가 팽배해 있었다. 이를 타파한 것은 물론이고 경쟁업체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서슴치 않고 있다. 

과거 정도를 지키며 모범생 이미지로 불렸던 LG가 아니다. 공격적이고 실용적인 기업 운영을 하고 있지만, 워낙 젊은 총수이고, 그간 직원들과 소탈한 모습이 언론에 자주 언급된 탓에 구광모 회장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리더십을 잘 발휘하는 경영인’ 1위에 올랐다. 

‘최고의 기업 경영인’ 에서도 3위에 올랐을 정도. 착한 기업의 이미지에 더해 최고의 기업이라는 타이틀까지 노리는 LG 그룹과 구광모 회장. 그들의 행보가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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