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세라, “소속사 속 부품이 되기를 거부하고 저만의 여정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이예지 기자 승인 2021.03.28 09:28 | 최종 수정 2021.03.28 09:37 의견 0
가수 류세라
가수 류세라

[포스트21 뉴스=이예지 기자] 우연히 한 포탈에서 ‘개인이 직접 음반을 만든 전 나인뮤지스 멤버 류세라 양, 그 제작 과정’이라는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작사 작곡, 감독은 물론 자켓 사진 자체 제작, 포토 카드 자체 제작, 저작권 신청, 앨범 로고도 본인이 직접 작업함. 앨범 포장지 주문해서 하나하나 스프레이 뿌려서 포장지에 로고 박음. 배달도 직접 감’ 등 한 누리꾼에 의해 사진과 함께 가수인 류세라 본인이, 직접 앨범을 제작하는 과정이 소개되었는데요. 

포스팅 하나지만 그녀의 열정과 능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궁금했어요. 한때 꽤나 유명 가수였던 나인뮤지스에서 탈퇴한 뒤 대체 어떠한 결심이 있었길래 이렇게 번거로운 수작업이 가능했던 걸까요? 

간절히 꿈꿔오던 아이돌 생활, 과연 내가 바라던 길이 맞는 걸까 
 
나인뮤지스 팀의 리더이자 메인보컬이었던 그녀는 2014년 계약이 만료된 이후 더 이상 기획사에서 활동하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많은 아이돌들은 탈퇴와 동시에 정년퇴직을 하게 되죠. 너무 이른 나이에 많은 걸 잃어버린 느낌이 강했어요. 한국에서는 소속사가 있어야 음악 방송이든, 예능이든 출연이 가능한데요. 커다란 시스템 속에서 하나의 쳇바퀴 역할을 하는 것이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가수 류세라
가수 류세라

작년에 MBN 채널의 예능 ‘미쓰백’에 출연했던 그녀는 자신의 아이돌 시절을 회상하며 시키는 대로 모든 것을 해야 했던 데뷔 초기, 첫 방송에서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입었던 가터벨트 등에 대한 이야기를 씁쓸하게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나인뮤지스로 활동한 기간 전체로 본다면 통장에는 월평균 80~90만 원 정도가 정산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정산을 받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는 그녀의 말에 화려해 보였던 아이돌 시절이, 보이는 것보다 훨씬 고단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스템에서 벗어나 내가 나를 직접 키워줄 수는 없을까?

소속사가 없이도 스스로 꿈을 좇고 싶었던 그녀는 직접 솔로 앨범을 두 장 발매하고, 세 번의 콘서트를 개최합니다. 2016년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벌써 16만 명의 구독자가 모였습니다.

이 채널에서 그녀는 직접 부른 노래로 대중들과 소통합니다. 자작곡과 커버곡을 포함하여 후배 걸그룹들의 신곡 소개, 댄스 영상과 자신의 각종 비하인드 스토리 등 그녀의 활동에 대한 모든 기록들이 여기에 차곡차곡 담겨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이 채널에서 영어로 소통합니다. K팝 열풍과 함께 세계적인 팬들이 그녀의 채널에 몰려와 그녀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미쓰백에서 무대에 다시 섰을 때에도 그녀는 하루하루 시간을 빠듯하게 쓰며 의상, 무대 연출 등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힘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막상 회사를 나와서 모든 걸 혼자 하다 보니 스태프 한 분 한 분의 노고가 느껴지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합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재정적인 부분, 위태로운 홀로서기를 버티며... 
 
 소속사를 나와 혼자서 2~3년 동안 활동을 하면서 통장 잔고가 바닥을 찍었고, 은행 대출에도 의지하기 시작하면서 위태로운 여정을 겨우 이어나가야 했던 시기도 있습니다. 불안함이 최고조를 달리며 공황장애와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모습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가수 류세라
가수 류세라

주변 지인들에게 ‘겨울에 난방은 틀고 사니?’ 같은 걱정을 수차례 받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과연 스스로의 선택이 맞는지 회의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요. 

 처음에 그녀는 ‘팬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습니다. 팬들이 가장 소중하기에 손익계산을 전혀 하지 않고 퀄리티가 높은 작품을 싸게 공급하고 싶었던 그녀의 진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는 은행 빚에,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경제관을 명확히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이 음악을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을 몸소 알게 되었고, 그렇기에 더 재정적인 안정에 관한 고민을 하게 되었죠. 요즘은 TV 출연이나 라디오, 강의 등 뭐 하나 쉽게 거절하지 않아요.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발판을 그렇게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녀는 많은 역경과 고단함이 있었던 지난 길을 후회할까요? 

“새로운 도전은 무조건 힘들 거예요. 더군다나 누군가가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경우라면요. 새로운 경험들과 그 속에서 느끼는 환희는 순간이지만 책임은 계속되거든요. 작년부터 앓고 있었던 우울증과 공황 장애가 쉽게 낫지 않아요. 하지만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나아지고 있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건강을 되찾으려 애쓰는 이 모든 것이 저에게 새로운 도전입니다.”

그녀의 도전은 계속됩니다. 최근 그녀는 스탠퍼드 대학에서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Korea and Korean Society’ 수업에서 게스트 강사로 참여하며 그간의 자신의 여정과 함께 K팝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학생 중 누군가가 K팝이 앞으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건넸고, 그녀는 덩달아 자신에게도 커다란 숙제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그녀는 K팝이 더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하여 고민하고 직접 실행하는 사람이 되어 많은 후배들에게 울림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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