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승무원이었으나 더 크게 도약한 그녀들의 빛나는 사연

이예지 기자 승인 2021.04.19 19:29 | 최종 수정 2021.05.04 16:14 의견 0
싱가포르항공 승무원 출신 박지혜 씨

[포스트21 뉴스=이예지 기자]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곳은 항공업계였습니다. 작년 여러 항공사에 구조조정 광풍이 불어 닥치며 강제 휴직 상태였던 한 승무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속보가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대출로 마련한 1억 5천만 원으로 원룸을 빌렸으나 강제 휴직이 지속된 뒤로는 원리금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그녀의 사연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그만큼 고용 불안이 주는 고통은 노동자들을 숨 막히게 합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둬야 했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나가고 있는 승무원들도 있습니다. 간절히 새로운 길을 꿈꾸지만, 아직 불안한 사람들을 위해 그녀들의 이야기가 널리 조명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동방항공 승무원이었던 장선경 님의 이야기

“인생의 로드맵을 그려나갈 줄 아는 사람들은 스스로 성장하는 힘이 있습니다.”

동방항공 승무원 출신 장선경 씨

저는 현재 라이브 커머스 쇼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장선경’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핸드폰 하나로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물건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분야이지만 중국에서는 꽤 오랜 시간 핫한 분야인데요.

과거 상해에서 유학할 때 하루에 가뿐히 백억을 판매하는 쇼호스트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머지않아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쇼호스트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20대 시절, 승무원은 저에게 간절한 꿈이었습니다. 총 400대 1의 경쟁률, 4차 면접의 관문을 뚫고 최종 합격을 받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승무원으로 살았던 시간은 제 인생에서 빛났던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스물아홉이 되던 해에 코로나가 터졌고, 아쉬웠지만 계약 만료를 끝으로 승무원 생활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며 하고 싶은 것들을 떠올렸어요.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은 창조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새 글을 썼어요.

그때 ‘브런치’에 쓴 글은 <아홉수 승무원>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되었고, 출간한 지 2주 만에 네이버에서 ‘베스트 셀러’ 딱지가 붙기도 했습니다. 또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쇼핑몰을 창업했고, 현재 쇼호스트에도 도전하게 되었네요.

동방항공 승무원 출신 장선경 씨
동방항공 승무원 출신 장선경 씨

과거 함께 승무원으로 일했던 동료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한 학원의 학원 강사가 되기도 했고,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했습니다. 꼭 승무원이 아니었더라도 언젠가 각자의 능력으로 빛을 발휘했을 멋진 여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사람들의 특징은 언제나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언제나 스스로 원해서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죠. 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른 채 수동적으로 남들을 따라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설령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을지라도 그 둘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 내가 좋아하는 걸 선택하고 책임지면 결국 스스로 성장하는 힘이 생깁니다. 인생의 주인이 되어 로드맵을 직접 그려나갈 줄 알고 그 목표를 언젠가 이뤄내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발전합니다. 어떠한 위기가 닥치든 간에 결국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죠.

위기를 맞이한 뒤 삶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먼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경험하고 도전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도전하고 시도하다 보면 반드시 인생에서 기회가 옵니다.

#2 싱가포르항공 계열 실크에어 승무원이었던 박지혜 님의 이야기

“이제는 실패가 저를 더 큰 기회로 이끌어줄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싱가포르항공 승무원 출신 박지혜 씨
싱가포르항공 승무원 출신 박지혜 씨

과거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일할 때, 한 매니저에게 심한 갑질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고 늘 손님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던 직원이었는데 한 번의 실수로 저를 심하게 몰아붙였습니다.

새벽에 본인 사무실로 불러내어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소리를 지르고 물병을 벽에 던졌습니다.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묵묵히 참았지만, 계약 만료까지 일주일을 남겨두고 결국 저를 해고했습니다. 당시에는 모든 것이 무너진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그분이 저를 잘라준 덕분에 우연히 싱가포르에서 열린 외항사 면접을 보게 되었고 합격했습니다. 그때부터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곧 좋은 일로 가는 길목이겠거니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저는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게 되었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면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어요.

리빙 스토어이자 복합 문화공간의 총괄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박지혜 씨

저는 현재 리빙 스토어이자 복합 문화공간의 총괄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박지혜입니다. 단지 소품이나 가구를 판매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도슨트 프로그램, 원데이 클래스 등 만족스러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직접 진행하고 있어요.

회사에서는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을 원했고, 저의 승무원 경력과 더불어 혼자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폴까지 가서 일했던 20대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봐주었습니다.

‘비록 세상살이가 춥고 두렵더라도 끝끝내 창을 닫지 않는다면, 다시 열 수만 있다면, 싱그러운 햇살처럼 반짝이는 시간이 찾아올 것이다. 이제 정말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해야겠다. 햇살과 바람이 가져다줄 기쁜 소식을 맞이하며.’

[우지현 작가, ‘혼자 있기 좋은 방’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글귀인데요. 저는 비록 현재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 지 얼마 안 되어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지만, 언젠가는 이 순간이 햇살 같은 순간이었다고 회상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렇게 회고할 수 있도록 현재 주어진 오늘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모두 참 아프고 힘들지만, 마음을 닫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다시 반짝이는 시간이 올 것입니다. 모두가 희망을 잃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부지런히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꾸준히 성장하는 30대를 보내는 그녀들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그녀들은 외항사 승무원으로 일하며 홀로 낯선 땅에서 20대를 보냈습니다. 두려움을 깨고 주도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삶 속 큰 용기를 주었습니다.

직업의 이점을 활용하여 여행도 많이 다녔죠. 비록 위기가 닥쳐 좋아하는 일을 그만둬야 했지만, 다양한 도전과 경험의 시간은 훌쩍 자란 시야로 이어졌습니다. 그들에게 불행은 하나의 변주곡일 뿐이었습니다. 큰 눈으로 현실에 닥친 불행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었으니까요. 거기서 홀로 새로운 길을 기획하고 실행할 힘을 얻었습니다.

보통 승무원이란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다른 직종으로의 이직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승무원에 도전하고, 승무원으로 일했던 경험 덕에 남들보다 더욱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분야가 분명히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위기가 닥쳐 자의와 무관하게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할지라도, 지난 시간을 곰곰이 되돌아보면 내 안에서 더 크게 피어날 수 있는 씨앗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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