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3일만에 잠정중단, 슈퍼리그

김민진 기자 승인 2021.04.28 21:55 | 최종 수정 2021.05.04 16:09 의견 0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프로 스포츠는 한 가지 운동, 구기 종목에 특화된 인간의 정점인 능력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는 콘텐츠다.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의 운동능력을 보이는 탈 인간 급의 선수들을 바라보고 관객들은 즐거워하며, 자신의 마음에 드는 선수와 팀을 응원한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최대한 높은 운동능력,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원하고, 이런 선수들간의 경쟁을 지켜보기를 원한다. 작년 10월, 이러한 관객들의 요구에 부합하겠다며 세계 최정상급의 빅클럽들이 모이는 슈퍼리그 창설이 논의되었다. 논의 자체만으로도 전 세계 축구팬들의 비판과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는 슈퍼리그는 대체 무엇일까?

슈퍼리그란?

슈퍼리그는 2021년 4월 19일 유로피안 슈퍼리그라는 이름으로 창단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축구 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대륙의 내노라하는 빅클럽 20개 팀이 참여하는 새로운 축구 리그로 각 리그에서 정상급으로 꼽히는 클럽들이 연달아 참가를 선언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레알 마드리드 CF의 플로렌티노 페레스가 회장을 맡았고, 미국의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로부터 60억 달러까지 투자받았다. 호기롭게 창단한 슈퍼리그지만, 창단 발표를 하자마자 슈퍼리그는 엄청난 비난과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전 세계의 축구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축구팬들도 비판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 결국 3일 만에 9개 팀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슈퍼리그 개최는 잠정 중단되고 말았다.

팬들과 선수, 감독이 배제된 채 협의된 슈퍼리그

팬들과 선수를 비롯한 축구 관계자들이 슈퍼리그를 비판하는 이유는 슈퍼리그가 일부 빅클럽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슈퍼리그가 개최되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슈퍼리그만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럼 기존 리그들과 슈퍼리그에 들어가지 못한 클럽들은? 물론 당장의 화제성은 보장될 것이다. 말 그대로 별들의 잔치인 셈이니까.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자면 오히려 다른 리그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최고급 선수를 제외한 이들은 2군으로 취급받을 것이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축구 발전이 이뤄질 수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이야기다. 게다가 창단 핵심 멤버들의 행보도 문제다. 회장인 페레스는 탈퇴를 선언한 클럽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평소 리그 운영에 있어 비판을 많이 받아왔던 UEFA나 FIFA를 까내리는데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슈퍼리그 창단에 있어 어떤 비전이나, 반대 의견에 대한 논리적인 대응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창단 과정에서 감독, 선수, 팬들의 의견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빅클럽 구단주들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끼리 비밀리에 협의가 이뤄졌다. 정리하면 지금도 돈을 잘 벌고 있는 빅클럽들이 더욱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끼리끼리 뭉친 셈이라는 것이 슈퍼리그를 비난하는 이들의 주요 의견이다.

장기적인 축구 산업을 위해 슈퍼리그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슈퍼리그를 찬성하는 이들이 창단의 이유로 내세운 요인은 무엇일까? 이들은 현실적인 클럽 운영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관객 수입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클럽의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점차 떨어지는 축구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슈퍼리그와 같은 초대형 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나이가 어릴수록 축구를 보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 추세대로면 축구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들고, 결국 축구 산업이 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UEFA나 FIFA의 문제도 있다.

빅클럽들 입장에서는 선수와 다양한 인프라들을 육성하고, 관리하는 것은 자신들인데, 연맹은 오히려 무리하게 경기 일정을 늘려 수입만 취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고생하는 것은 빅클럽인데, 연맹은 대회만 개최하면서 그 돈으로 온갖 부정부패를 다 저지른다는 것이다.

빅클럽들의 주장대로 선수나 팬들 모두 UEFA와 FIFA가 개선될 것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새로운 리그의 창설은 아니었다. 연맹의 무리한 대회 운영이 마음에 들지 않고,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선수들도 슈퍼리그가 개최되면 은퇴를 하겠다고 이야기하며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다수 클럽의 탈퇴로 잠정 중단된 슈퍼리그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비슷한 리그가 개최될지 모른다. 축구 산업이 어떻게 변모하든 간에 그 중심에 축구 팬들과 감독, 선수가 있어야지 구단주들이 껴 있으면 안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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