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 신드롬…2030 세대가 ‘닮고 싶은 어른’으로 꼽혀

포스트21뉴스 승인 2021.05.14 14:02 의견 0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 배우 윤여정

[포스트21 뉴스=김민정 기자] 축제는 진즉에 막을 내렸다. 한국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74)은 연기뿐 아니라 솔직하면서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도 연일 온·오프라인에서는 ‘윤여정 어록’이 화제를 모았다.

그의 화법의 가장 큰 특징은 솔직 담백하다는 점.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자신을 낮추지 않으면서 에두르지 않고 분명히 의사를 밝힌다. 허를 찌르는 돌직구로 할 말은 하지만 품위를 지키는 게 핵심이다.

여기다 적절한 유머를 곁들어 상대를 웃음 짓게 하고 분위기를 한층 띄운다. 젊은층이 특히 윤여정에게 열광하는 이유이다. 해외 각종 시상식과 예능, 인터뷰 등에서 눈길을 끈 ‘윤여정 어록’을 소개한다.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가치관 명확하게 전달

배우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를 통해 각종 시상식을 거치며 수상 소감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4월 12일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무척 고상한 체하는(snobbish) 영국인들에게 인정을 받아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혀 영국인들을 놀라게 했다.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 배우 윤여정

정곡을 찔린 영국인들은 웃음으로 당혹스러움을 감추려 했다. 당시 카메라 화면에 잡힌 시상자조차 윤여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허리를 숙이며 박장대소 했지만, 누가 봐도 깜짝 놀란 표정은 숨길 수 없었다. 윤여정이 “캐나다인은 고상한 체하지 않아요(Canadian is not snobs)”라고 발언한 이후로 ‘스노비시(snobbish)’는 유행어처럼 확산하기 시작했다.

미국 언론들은 문화 우월주의 성향을 지닌 영국에 크게 한 방을 날리는 그의 말에 크게 동의하는 듯 보였다. 한편,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앞두고 진행된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배우 윤여정은 “아시안 증오범죄 때문에 시상식에 참석하러 미국에 가는 것을 아들이 크게 우려했다”고 전하며 “끔찍한 일”이라고 직언하기도 했다.

각종 인터뷰에서는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미 유튜브에는 ‘윤여정 명언’ 영상이 폭주하고,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조회수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다.

그중에서도 지난 2018년 SBS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은 “나도 맨날 실수하고 화도 낸다. 인품이 훌륭하지도 않다”며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살면 된다. 어른이라고 해서 꼭 배울 게 있느냐”고 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 배우 윤여정

연기자로서의 삶을 논할 때는 숨김없이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2009년 MBC 예능 ‘무릎팍도사’에 나와 “나는 배고파서 연기했는데 남들은 극찬하더라. 그래서 예술은 잔인하다. 배우는 돈이 필요할 때 연기를 가장 잘한다”고 말한 장면이 유명하다.

올해 tvN채널에서 방영한 ‘윤스테이’에서 외국인 손님들이 그가 만든 음식을 칭찬하자 “(요리를 한) 친구들이 최선을 다했다. 셰프와 훈련을 했고, 집에서도 연습을 많이 했다”며 자신을 낮추고 후배들에게 공을 돌리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감동했다.

윤여정은 “어떻게 만인이 나를 좋아해. 일찍 죽어요, 그럼.”(2013년 SBS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 “‘윤여정은 이혼녀야. TV에 나와선 안 돼’ 그땐 사람들이 그랬어요. 근데 지금 저를 아주 좋아해 주세요. 이상하죠. 그게 인간이에요.”(2021년 뉴욕타임스 인터뷰)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내가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나 67살이 처음이야. 내가 알았으면 이렇게 안 하지.”(tvN ‘꽃보다 누나’), “세상은 서러움 그 자체고 인생은 불공정 불공평이야. 그런데 그 서러움은 내가 극복해야 하는 것 같아.”(2017년 tvN ‘현장 토크쇼 택시’)라는 말로 위로와 공감을 샀다.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 배우 윤여정

이밖에도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나.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지만 다 아프고 아쉽다” 등 그동안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들은 상처받고 힘든 영혼들에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윤여정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대중이 열광하는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소감이나 발표, 연설 등에서 흔히 나올법한 뻔한 얘기가 아니라서 끝까지 집중하게 되는 매력을 이유로 꼽았다.

70대 동양인 할머니가 한 말이라고 감히 예상할 수 없으며, 편견을 깨는 독특한 화법에 서양인들까지 매료된 것이다. 예상을 벗어난 그의 놀라운 언변이 전 세계인을 신선한 충격에 빠뜨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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