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서평> 혐오가 일상이 된 시대, 울림을 주는 책 장자

김민진 기자 승인 2021.05.29 10:54 의견 0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고전에는 삶의 지혜와 더불어 인간이 갖추고 추구해야 할 다양한 가치가 깃들어 있다. 하지만 쉽게 읽기 어려운 것이 또 고전이라는 분야. 이에 매달 고전으로 추앙받는 서적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고전 서평, 첫 번째 책은 세속을 초월한 삶을 이야기한 <장자>다.

세속을 초탈한 삶을 이야기한 철학자

본격적으로 <장자>의 내용을 훑어보기 전에 책의 저자인 장자에 대해 알아야 한다. 흔히 도교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장자는 기원전 369년에 태어나 289년에 세상을 떠난 인물이다.

전국시대 송나라 몽 출신으로 하급 말단 관리직을 수행한 기록이 남아있지만, 평생 큰 일을 도모하지는 못하고,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

그가 살았던 세상은 전국시대다. 공자보다 후세기 사람으로 장자는 수많은 나라와 왕들이 권력을 잡았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나라가 망하는 광경도 무수히 목격했다.

인간 세상의 질서가 무너지고 변치 않던 왕조가 망해가는 시대. 이에 수많은 철학자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다스릴 방법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니, 이들이 제자백가다.

공자와 순자, 노자 등의 인물이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지만, 여전히 난세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이에 장자는 정치를 떠나 세속을 초탈한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연 그대로 두어라

장자는 유가에서 가장 혁명적인 사상자였던 맹자와 동시대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맹자와 정반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인간세상의 모든 문제는 어느 한 가지로 결론낼 수 없다고 말하며 둘을 나누어 바라보지 말고, 큰 하나의 덩어리로 인식하고 조절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가를 적극적으로 규명하고 파헤치려 했던 다른 철학자들과 달리 장자는 천하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같은 류의 사상으로 평가받는 노자와는 또 다른 유형이다.

예를 들어 노자는 욕심을 내지 말고, 작은 국가, 공동체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이야기한 반면, 장자는 아예 ‘세상은 그대로 두면 알아서 이치를 찾아가니, 인위적으로 무엇을 하려하면 안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사상을 집대성한 책이 바로 <장자>인 것이다.

2500년이 지난 오늘, <장자>가 지닌 의미는?

아쉽게도 오늘날 전해지는 <장자>는 상당부분 소실되었고, 후대에 다른 철학자들에 의해 덧붙여져 만들어진 책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호접지몽, 조삼모사, 대붕 등 굉장히 친숙한 고사성어나 용어들이 모두 <장자>에서 비롯되었을 만큼 큰 영향을 미친 책이기도 하다.

비슷한 서적인 노자의 <도덕경>이 짧게 자신의 사상의 이론을 설명했던 것과 달리 <장자>는 시종일관 일화와 우화를 통한 비유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려운 개념설명이나 이론에 대한 해설 없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민중들을 등장인물로 한 다양한 우화를 통해 삶의 지침을 전하고 있다.

마치 이솝우화처럼 쉽게 읽히는 우화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그 안에 깃든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공부가 필요할 정도로 깊이가 있는 책이다. <장자>가 오늘날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명백하다. 현재 우리는 서로의 혐오, 대립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젠더갈등부터 시작해서 민족과 민족이 서로를 증오하기도 하고,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만으로 혐오하고 멸시하는 이들이 많다. <장자>는 마치 지금의 상황을 예견하기라도 한 듯, 서로의 차이를 나누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고,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으며, 아예 그 구분 자체를 넘어서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이해관계를 초월해 세상을 아우르라는 장자의 가르침은 어쩌면 세상의 질서가 무너졌던 고대보다 오늘날 더 유의미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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