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지적재산권 면제의 음과 양

최현종 기자 승인 2021.06.11 07:16 의견 0


[포스트21 뉴스=최현종 기자] 꿈에 그리던 코로나 백신 접종이 현실이 되고 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국가도 다수 존재하며 우리나라 역시 물량을 확보하고 고령자와 필요계층을 시작으로 차츰차츰 백신 접종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를 놓고 보면 아직 물량조차 확보하지 못해 백신 접종을 시도하지 못하는 국가도 많다. 세계무역기구는 이들 국가를 위해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당분간 무효화하자는 제안을 내놓아 화제가 된 바 있다.

백신 지적재산권 면제를 제안한 세계무역기구

백신 개발 초기, 각국은 백신을 보유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제약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우에는 시간이 걸릴지언정 결국 전 국민에게 모두 맞출 수 있는 양의 백신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자금이 넉넉지 않은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세계무역기구는 백신을 공공재 개념으로 접근,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접종할 수 있도록 지적재산권과 특허권을 잠시 유보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안을 한 바 있다. 백신에 대한 특허권을 잠시 제한해 어디에서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제안은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동의를 얻었다.

우리 정부와 유럽 등, 이미 백신물량을 확보한 국가에서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실적으로 국가 차원이 아닌, 전 세계 차원에서 코로나 종식을 선언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의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이견이 존재한다. 백신 지적재산권 면제에 관한 찬반 논란을 정리해 보았다.

백신은 공공재, 최고의 효과 위해 지적재산권 면제해야 한다

먼저 백신 지적재산권 제한을 찬성하는 측 즉, 세계무역기구를 중심으로 한 선진국은 백신이 공공재 개념으로 전 세계에 보급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의 백신은 사실 돈 있는 일부 국가에 우선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국가의 역량에 따라, 혹은 국가의 재정상태에 따라 백신 보유에 차등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백신을 맞는 국가와 맞지 못한 국가로 나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코로나의 진화를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영국이나, 일본, 인도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코로나는 감염이 지속될수록 변이가 일어난다. 천만다행으로 아직까지는 백신이 그 변이의 폭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지만 감염이 예방되지 않아 변이가 더욱 지속된다면? 또 다른 전염병 사태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 세계무역기구의 입장이다.

게다가 전 세계가 과거의 일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전 세계인의 백신 접종이 필수라고 이들은 이야기한다. 선별적인 백신 접종으로는 코로나 종식을 선언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백신은 첨단기술의 집합체, 자칫하면 백신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

백신 지적재산권 면제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찬성여론이 퍼져나가고 있지만, 여기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제약회사는 당연히 반대를 하고 있으며 독일 정부 역시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이 백신 지적재산권 면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이 조치가 백신 생산량을 늘리는 데 거의 기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백신의 지적재산권 면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이 조치로 백신의 제조법이 공개되면 클론 백신, 혹은 복제 백신이 나타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백신의 클론약은 그렇게 쉽게 제조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이들의 입장이다. 백신은 고도의 의료기술이 집약된 첨단 기술의 일환이다. 제조법이 공유된다고 해도 현재 백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독자적으로 만들 수 있는 종류의 약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품질 문제도 우려가 된다.

지적재산권 면제가 인정될 경우, 백신은 필요한데 기술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도 당연히 백신을 생산할 것이다. 이런 곳에서 제작되는 백신이 제대로 된 기능을 자랑할 리가 없다. 효과도 불분명한 저품질의 백신이 유통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한 위협에서 안전하기 위해서는 백신이 필수다. 공공재 개념으로 자리잡고 있는 백신이지만, 저품질의 백신이 유통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적재산권을 면제시켜야 할까?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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