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에게 거짓말 하는 이유, 1959년 스탠퍼드 대학교 ‘페스팅거’의 실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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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에게 거짓말 하는 이유, 1959년 스탠퍼드 대학교 ‘페스팅거’의 실험, 눈길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0.06.1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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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21=김민진 기자] 인간은 하루 평균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 그 중에는 다른 사람에게 하는 거짓말도 있지만, 상당수가 자기 자신에게 하는 거짓말이다. 

담배나 술이 몸에 안 좋다는 걸 알면서도 ‘이걸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로 몸이 더 망가진다.’고 이야기하는 경우, 혹은 다이어트를 하면서 ‘먹는 걸 참으면 병이 되니까 이건 먹어야 한다.’는 식의 거짓말. 

우리는 왜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거짓말을 정당화하는 심리상태, 인지 부조화

‘인지 부조화’라는 사회심리학적 용어가 있다. 자신의 행동과 태도, 신념 간에 불일치가 있음을 인식했을 때 생기는 불편한 마음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인간은 이러한 불편한 마음 상태를 줄이기 위해 행동, 신념을 완전히 바꾸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이솝우화에도 나와 있는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다. 나무에 열린 포도를 따먹으려 노력하던 여우가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결국 실패하고, 마지막에 “저 포도는 덜 익어서 신 포도일 거야.”라는 말을 한다. 

포도를 먹고 싶었지만, 그 포도를 먹을 수 없는 현실에 타협, 아예 마음을 바꿔먹은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굉장히 일상적으로, 많이 일어난다. 

면접을 망쳐서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는 ‘저 회사는 좋지 못한 회사일 거야.’ 라는 식으로 위안을 하고, 자신의 노력이 부족해서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도 목표를 이뤄봤자 별로 좋을 게 없다는 식으로 마음을 바꿔 먹는다. 

최근에는 이 같은 ‘인지 부조화’를 이해하기 쉽게 ‘정신 승리’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자기합리화, 군중심리 같은 용어와 혼동하기도 하지만, ‘인지 부조화’는 증상이고, ‘자기 합리화’는 그에 대한 대응이다. 

인지 부조화 자체가 워낙 넓은 영역에 걸쳐 형성된 개념이기 때문에 벌어진 착각이다.

인지 부조화의 폐해

인지 부조화는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이 현상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굉장히 크다. 일례로 일제강점기나 한국전쟁 시기, 충성을 맹세하는 증거가 되는 창씨개명이나, 전향서 작성을 괜히 하는 게 아니다. 

한국전쟁 시기 중국군에게 포로로 잡힌 미군이 담배 한 갑을 위해 공산주의를 미화, 찬양하는 글을 쓴 일이 있다. 이 미군은 전쟁이 끝나고, 포로에서 해방된 이후에도 공산주의를 미화하는 언행을 보였다고 한다. 

신념을 배신한 자신의 행위가 정당함을 인정받기 위해 신념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명품이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이유도 품질이 좋지 않더라도 가격이 비싸면 비싼 만큼 값을 할 거라는 인식을 주기 위함이고, 사이비 종교 집단이 신도들에게 엄청난 돈을 헌납하게 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돈을 낸 만큼 이 종교, 물건이 값어치 있다는 인지 부조화의 함정에 걸리는 것이다. 인지 부조화에서 가장 유명한 실험은 1959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페스팅거’가 실행한 실험이다. 페스팅거는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손잡이를 계속 돌리는 굉장히 지루한 일을 시켰다. 

그리고 두 그룹 모두에게 다음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이 실험이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해 달라며 한 그룹에는 1달러를, 한 그룹에는 20달러를 주었다. 두 그룹은 모두 지시에 따랐고, 모든 시험이 종료된 후 정말로 이 작업이 재미있었는지를 조사했다. 

20달러를 받은 학생들은 모두 작업이 끔찍하게 재미없다고 이야기한 반면, 1달러를 받은 학생들은 잘 생각해 보면 작업이 그런데로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왜 이런 대답이 나온 걸까?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인지부조화, 대책은?

20달러를 받은 학생들은 상당히 큰 보상을 받은 대가로 거짓말을 했다. 즉 자신의 거짓말을 정당화할 근거가 있는 것이다. 

돈이 인지 부조화를 해소해준 격. 하지만 1달러를 받은 이들은 그렇지가 않다. 누군가가 시켜서 한 거짓말이지만, 이 거짓말을 따랐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신념이나 도덕성을 배신한 행위. 

거기다 보상도 거의 없다. 이들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 신념을 바꿔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인지 부조화의 오류를 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인지 부조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유일한 해결방안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 

객관적인 지표나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비추어 자신의 행동이 정당한가를 계속 평가하며 스스로의 행동이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의심하고 성찰하며 살아가다 보면 인지 부조화로 인한 폐해는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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