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본질, 예능이 예능다울 때
상태바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본질, 예능이 예능다울 때
  • 오현진 기자
  • 승인 2020.06.17 2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스트21=오현진 기자] 최근 방송된 주말 예능 프로그램이 회자되고 있다. 논란에서 벗어나며 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배경에 대해 분석해본다. 

미스터트롯 출연진의 올바른 활용법, 미운 우리 새끼 

매주 일요일에 방송되는 SBS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는 도마 위에 자주 오르는 프로그램이다. 그 논란의 기점은 ‘진짜 리얼’이냐가 있다. 

결혼하지 않은 자녀의 일상을 부모와 시청자가 지켜보는 포맷이지만 여행이나 친목 위주 내용이 등장할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쓴소리가 나왔지만 시청률은 높았다. 

최근 방송된 장민호, 영탁 편이 시청자가 진정 원하는 내용이었다. 이런 방송을 기다리는 시청자가 매주 본방 사수한다. 

영탁은, 앞서 출연한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형 같은 모습이었다. 한참 어린 김희재, 이찬원 앞에서 농담을 던지며 챙기는 모습이 보였다. 영탁은 늘 방송에서 그래왔다. TV조선 ‘아내의 맛’에서도 남승민과 정동원에게 노래를 가르쳤다. 

‘미스터트롯’ 방송 당시도 출연진과 돈독하게 지내며 선의의 경쟁을 이끌어낸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이렇게 든든한 맏형이었지만 영탁 역시 형이 좋은 동생의 면모가 있었다. 

장민호 앞에서는 너스레를 떨며 환하게 웃었다. 식사를 차려주면 싹싹하게 비웠고 “우리가 펭수보다 인기가 많대”라며 현재 얻고 있는 인기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장민호의 무대의상을 자연스럽고 능청스럽게 얻는 모습은 웃음 포인트였다. 그동안 장민호와 영탁은 같이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노래를 주로 부르면서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수준에 그쳤다. 가수 본연의 모습에 충실했다. 

오랫동안 트로트를 같이 부르며 의지했던 장민호와 영탁의 관계를 확인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미운 우리 새끼’는 두 사람 사이의 끈끈한 우정이 드러났다. 장민호가 차린 식사를 믿고 먹는 영탁의 모습 그 자체가 큰 의미였다. 

장민호 집의 거실에서 서로 마주 보며 과거를 이야기하는 모습, 실은 비슷한 내용이지만 두 사람이 허심탄회하게 나누는 대화 속에서 다시 확인하며 진심을 확인했다. 

두 사람은 영탁의 집으로 이동해 신곡 ‘읽씹안읽씹’을 연습했다. 무대의상을 선물받은 영탁은 장민호에게 선글라스를 선물로 줬다. 방송이라서 연출한 것이 아니었다. 

서로 무대의상과 소품을 나눠 쓰며 힘든 시절을 견뎠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한 장면이다. 영탁과 장민호의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지 묻어나는 장면이었다. 영탁은 자신이 손수 꾸민 공간에 대해 설명하면서 “형이 처음이야”라고 말했다. 

녹음실은 방송에서 여러 번 공개됐지만 집 전체는 꼭 공개하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그러나 영탁은 장민호 앞에서 자신의 집을 구석구석 소개했다. 시청자들은 영탁의 생각을 어렴풋이 짐작했고 과거를 유추했다. 

거추장스럽거나 화려한 미사여구가 필요 없었다. 화장실 문이 닫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밝게 웃으며 할 수 있을 때까지, 영탁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그리고 “장민호에게 받은 사랑을 동생들에게 내리사랑으로 베풀고 있다”면서 ‘미스터트롯’에 출연한 김희재에게 선물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민호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갑자기 큰 인기를 얻었지만 거만하지 않고 동생을 더 챙기게 돼 기쁘다고 말하는 영탁을 바라볼 뿐이었다. 

장민호의 눈빛만 봐도 시청자들은 가슴이 찡했다. ‘미스터트롯’ 출연진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지금도 방영되고 있다. 대부분 자신의 과거와 현재 노력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수준, 신곡 연습하는 수준에 그친다. 

‘미운 우리 새끼’는 ‘미스터트롯’ 출연진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영탁과 장민호가 과거에 대해 대화하는 방면은 19.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자는 두 사람의 진심에 응답했다. 

말 많고 탈 많던 1박2일, 이제 종지부 찍었다 

KBS 2TV ‘1박2일’은 이번이 시즌 4이다. ‘1박2일’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메인 PD로 발탁됐다. KBS는 지상파 중에서는 최초로 이소정 기자를 ‘뉴스9’ 메인 엥커로 발탁했다. KBS가 여성 인재를 키우겠다는 의지도 반영됐겠지만 최근 방송된 ‘1박2일’으로 방글이 PD의 능력이 검증됐다. 

그동안 방송된 ‘1박2일’은 방송 베테랑들이 출연해 경쟁하면서 자극적으로 흘러갔다. 몸으로 웃기는 개그, 심리전이 치열했다. 방송 전문가들의 순발력과 재치가 넘쳤지만 불편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1박2일’ 시즌4는 리얼 예능 프로그램 경력이 많지 않은 멤버들로 꾸몄다. 분량이나 멘트 욕심, 더 웃기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사라졌다. 지나치게 과열하는 분위기도 없다. 

그 중심에는 연정훈이 있다. 배우인 연정훈은 ‘1박2일’에서 외모의 망가짐은 전혀 신경쓰지 않고 게임에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결과는 처참해도 연정훈은 화를 내거나 찡그리거나 막말을 하지 않는다. 

그냥 웃고 왜 못했는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얼굴 담당인 김선호는 배신을 고민하면서 허당끼를 발휘한다. 나름 예능 프로그램 경력이 있는 딘딘과 라비는 능숙한 듯 보여도 2% 부족한 매력을 발산한다. 

예능감이 충만한 문세윤은 출연진들이 잘 어울리며 프로그램이 잘 전개될 수 있는 역할을 잘 소화한다. ‘1박2일’에 계속 출연했던 김종민은 한결 표정이 편안하다. 출연진의 합은 그동안 봐왔던 시즌과 결이 다르다. 

‘1박2일’의 마스코트는 복불복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극과 극의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지난주 방송된 ‘당일퇴근 특집’은 제작진의 철저한 계산에 출연진 모두가 속았다. 

해남 주조장에 가는 멤버는 1명이지만 제작진은 철저히 보안에 부쳤다. 방글이 피디는 들리는 휴게소마다 복불복을 하며 출연진을 들었다 놨다. 출연진과 의리를 지키는 연정훈이 뒤도 안 돌아보고 퇴근했고 딘딘은 담당 작가와 얼싸안으며 퇴근의 기쁨을 누렸다. 

주말 예능 프로그램은 대개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더 과감한 소재를 선택한다. 비하하거나 희롱하는 것도 예삿일이다. 웃길 수만 있다면 뭐든 하는 주말 예능은 점차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반면 시청자가 원하는 것과 프로그램의 본질을 지키는 주말 예능 프로그램은 장수하고 있다. 최근 방송된 ‘미운 우리 새끼’와 ‘1박2일’은 수없이 폐지를 거듭하는 예능 프로그램과 다름을 확실히 증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