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배 화백, 신문 활용한 딱지 미디어 아트.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 몰고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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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배 화백, 신문 활용한 딱지 미디어 아트. 미술계에 신선한 바람 몰고 오다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0.08.04 0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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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태의 미술 개척해 나가는 진정한 예술인
박윤배 화백 작품

[포스트21=김민진 기자] 어릴 적, 골목에서 자주 하던 딱지놀이를 기억하는가? 신문, 잡지로 만든 딱지가 넘어갈 때마다 아이들은 울고, 웃었다. 어린 시절 추억의 놀이도구였던 딱지를,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가 있다. 바로 박윤배 화백이다. 

그는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특별한 시선을 누구나 한 번쯤 가지고 놀았을 딱지에 투영, 이전에는 없는 새로운 형태의 미술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그의 지나온 길과 작품세계 그리고 꿈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대와 예술 모두 품은 작품, 딱지 미디어 아트

누구나 딱지를 가지고 놀았던 기억은 남아 있다. 지금은 빳빳하고 딱딱한 종이에 캐릭터가 그려진 딱지가 판매되고 있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옛날에는 신문지나 잡지, 홍보 판촉물을 이용해 딱지를 접는 경우가 많았다. 

집에서 버려지는 신문지로 만든 딱지를 한 아름 들고 골목으로 뛰어가서 친구들과 신나게 뒤집어대던 기억.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박윤배 화백이 주목한 것은 바로 이 딱지였다. 

박윤배 화백
박윤배 화백

“딱지를 보면 어린 시절의 동심이 되살아나죠. 잘 접은 딱지 하나로 친구들 사이에서 왕으로 대접받던 시절, 딱지가 그 친구의 얼굴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거기다 당시 딱지에는 시대 상황과 사회의 흐름도 담겨 있어요. 당시에는 어려서 몰랐겠지만, 신문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딱지 곳곳에 신문기사 제목이 남아 있는 경우도 많았죠.” 

박 화백은 신문으로 만든 딱지로 예술작품을 만든다. 딱지를 이어붙여 십자가를 만들기도 하고, 딱지가 애플 로고로 재탄생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딱지를 활용해 만든 정육면체가 여인의 상반신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박 화백이 만든 새로운 장르, 딱지 미디어 아트다. 딱지를 재료로 예술작품을 만드는 모든 활동이 딱지 미디어 아트지만, 아무 딱지나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박 화백의 작품에 사용되는 딱지는 대체로 신문이며, 작품과 관련 있거나, 당시 정치, 사회, 문화 방면에서 이슈가 되었던 기사들을 재료로 하고 있다. 

작품 전체적으로는 딱지들이 모여 하나의 예술작품을 형상화 하고 있지만, 딱지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기사들의 사진, 메인 제목 등이 어우러져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작품 안에 또 다른 예술이 깃들어 있는 식. 그래서 박 화백의 작품을 혹자들은 기록의 예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문은 언제나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미디어 중 하나죠. 신문만 이어서 늘어놔도 그 시대를 경험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문을 주재료로 활용했어요. 예술이 시대와 동떨어지거나, 사람들의 생활에서 멀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대 예술은 항상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과 정신을 반영해야 합니다.”

구상회화 유망주가, 딱지 미디어 아티스타가 되기까지

지금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현대 예술가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 박 화백이지만, 그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전통예술의 선두에 서 있던 예술가 중 한 명이었다.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미술에 집중했던 그는 다른 미술학도들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서양화를 주로 그렸다. 

박윤배 화백 작품
박윤배 화백 작품

그림을 그리는 재능도 뛰어나서 미술부가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고, 사회에 나와서도 그 재능은 온전히 인정받았다. 미술계에서는 박 화백을 ‘언젠가 한국 화단을 이끌어갈 꿈나무’로 보도했으며 각종 대회에서 상도 휩쓸었다. 

특히 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미술 공모전, 르 살롱전에서 1979년 은상, 1980년 금상을 수상한 이력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대단한 업적이었다. 

이후에도 일본 연전, 대한민국 미술대전 등에 참석하며 자신의 재능을 뽐내던 박 화백이었지만 그는 언제나 새로움에 대한 갈증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독창성에 대한 목마름에 불을 지핀 것은 그의 대학 시절 은사였던 윤형근 교수였다. 

“전통적인 구상회화에서는 플랫폼 자체를 뒤엎는 새로운 작품, 독창적인 시선이 등장하기 힘듭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독특한 예술세계가 표현될 수 있지만, ‘그린다’라는 행위 자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장르였죠. 구상회화를 하면서도 저는 항상 남들이 따라하지 못하는 나만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은근한 욕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스승님이신 윤형근 교수님께서 18년이란 세월의 고민 끝에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냈다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죠. 그 때 ‘나도 언젠가 나만의 작품, 나를 상징하는 예술을 해야지.’라는 결심을 했습니다.” 

스승인 윤형근 교수가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얼마나 치열한 고민을 했는지를 알고 있었던 박 화백은 시간이 날 때마다 스스로를 돌아보며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년. 박 화백은 딱지 미디어 아트를 탄생시킬 수 있었고, 그의 바람대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온 세상에 알릴 수 있게 되었다.

미술계에 신선한 메시지 주는 딱지 미디어 아트

박 화백의 딱지 미디어 아트는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시대를 관통하는 기사들에 화백의 독특한 시선이 첨가된 작품은 미술 특유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현재의 시대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윤배 화백 작품
박윤배 화백 작품

“처음에는 단순하게 시대상을 반영한 예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초기 작품을 보면 풍경화에 신문 기사를 찢어 붙인 형태의 작품이 많죠. 그런데 이렇게 하면 기존 구상회화와는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딱지를 생각해 냈습니다.” 

딱지 미디어 아트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딱지를 접을 때부터 어떤 부분이 보이도록 접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고, 기사 사진을 살릴 것인지, 제목을 살릴 것인지도 고려해야 한다. 

딱지에 남은 사진을 이어서 또 다른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야 하며 신문의 변색을 막기 위해 약품 코팅 처리도 해야 한다. 최근에는 좀 더 세밀한 작업을 위해 핀셋을 이용하기도 한다. 

5~7mm 크기의 딱지에 위의 과정을 모두 적용시키고 나면 기운이 다 빠져버린다. 이처럼 어려운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박 화백만의 시선과 예술성이 담긴 유일무이한 것이다. 그 덕분일까? 

그의 딱지 미디어 아트는 전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미국, 싱가폴 등에서 21회의 개인전을 주최한 바 있으며 전시와 아트 페어에도 초청되어 참가한 이력이 있다. 이렇게 쌓인 명성을 바탕으로 미술 단체 그룹터의 회장을 맡았으며, 연말에는 22번째 개인전도 앞두고 있다.

박 화백만의 시선이 담긴 타임캡슐

박 화백은 자신이 개척한 딱지 미디어 아트를 ‘타임캡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문기사를 원재료로 만들어진 작품은, 작품을 만들 당시 시대의 민낯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수 많은 인쇄매체 중 굳이 신문을 활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박 화백의 소박한 꿈이 담겨져 있었다. 

“전시장에 가 보면 많이 느낄 수 있는 건데, 오늘날 사람들은 미술작품을 오래 감상하지 않습니다. 그냥 걸어가면서 2초에서 3초? 슥 쳐다보고 말 뿐이죠. 저는 이처럼 2~3초 만에 소비되는 작품보다는 오래도록 감상하면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딱지를 활용한 것도 그런 이유죠. 딱지 속에 담긴 신문 기사, 사진을 보면서 ‘맞아, 저 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면서 옛 일을 떠올릴 수 있고, 과거 시대를 알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저의 최종 꿈입니다.” 

추억과 과거를 고스란히 기록하는 작가, 박 화백은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모이는 뉴욕진출을 목표로 오늘도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예술가라면 언제나 새로운 것, 독창적인 것에 연구해야 한다는 박 화백. 딱지와 신문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예술가의 집념과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프로필 

개인전 23회
프랑스Le-Salon전, 파리(금상, 은상 수상)
대한민국미술대전특선
각 단체전 200여 회 이상
현대 미술 K-super 아트페어 초대
서울, 대구, 마이애미, 싱가폴, 뉴욕 
성남아트센터,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아트페어 개인전시
(사)한국미협, 무진회, 신작전, TOP회원, 그룹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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