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한 고승 묘사한 유일무일한 조각상, 희랑대사좌상. 국보로 승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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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한 고승 묘사한 유일무일한 조각상, 희랑대사좌상. 국보로 승격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0.10.22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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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랑대사 좌상 /사진 경남도청
희랑대사 좌상 /사진 경남도청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우리의 뿌리와 전통이 그대로 형상화되어 있는 문화재는 그 자체로 소중하고 의미깊은 물건들이다. 뿌리를 찾아준다는 의미에서도 문화재의 의미는 크지만 과거 일제강점기를 거쳤던 우리나라는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이 문화재의 기능이기도 하다. 

수 많은 문화재들 중 인류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물다고 인정된 것은 국보라는 이름으로 지정,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로 보존하고 감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된 사례가 하나 있어 소개하려 한다.

합천 해인사에 남은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보물 999호, 국보로 승격되다.

지난 22일,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소장하고 있던 보물 제 999호, 합천 해인사건칠희랑대사좌상이 국보 제 333호로 승격 지정되었다. 이 문화재는 10세기 전반, 신라에서 고려로 넘어가는 혼란시기에 조성된 문화재로 무려 1,000여 년의 시간 동안 존재한 문화재지만 그 표현과 색감이 거의 변하지 않아 국보로 지정되었다. 

조사라 불리는 고승의 모습을 온전히 담은 조각작품은 문헌상에는 많이 남아 있지만, 현존하여 그 실물과 문헌기록이 모두 남아있는 조사상은 이번에 국보로 승격된 희랑대사좌상이 유일하다고 한다. 1,000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고승의 모습을 세밀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으로 역사적 가치는 물론이고, 예술 가치도 뛰어난 문화재다. 

희랑대사란 누구?

조사상의 주인인 희랑대사는 고려 왕건의 스승이었던 인물로 화엄학에 조예가 깊은 학승이다. 해인사 희랑대에 머물며 수도에 정진했다고 알려져 있다. 후백제와의 전토가 한창이던 920년 말, 해인사 인근 전투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왕건은 해인사 주지로 있던 희랑대사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에 희랑대사는 승병을 보내 왕건의 승리를 도왔다. 

합천 해인사
합천 해인사

왕건은 크게 고마워하며 해인사에 전답 500결을 시납하고 해인사를 중수하며 주지인 희랑대사를 스승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이 1075년에 편찬된 균여의 전기인 균여전에 나와 있다. 조사상의 주인인 희랑대사의 흔적은 이 내용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그의 생몰년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조선 후기 학자인 유척기가 지은 유가야기(游加耶記)에 다르면 고려 초 기유년에 나라에서 해인사에 시호를 내렸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이로 미루어보면 희랑대사는 949년 이전에 입적한 것으로 보인다. 고승의 모습은 살아있을 때 조각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걸 보면 희랑대사좌상 역시 못해도 900년대 초반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희랑대사좌상이 국보로 승격된 이유는?

일본에서는 살아있는 고승의 모습을 많이 조각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승의 모습보다는 부처님의 모습을 더 많이 조각했기에 이 희랑대사좌상은 생존했던 고승을 재현한 한국의 유일무이한 문화재라고 할 수 있다.

앞면은 건칠로 구성했고, 등과 바닥은 나무를 조합해 만들었다. 천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장삼이나 피부에 쓰인 색의 변형이 거의 없이 원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어 주목된다. 거기다 얼굴의 주름, 손등 뼈의 움직임까지 고스란히 반영한 사실주의 기법으로 이 작품은 일찍이 10세기 중엽 조각 가운데 최고의 걸작품이자 진영 조각의 진수라는 평을 받아왔다. 

특히 이 작품은 가슴에 폭 0.5cm, 길이 3.5cm의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희랑대사는 가슴에 구멍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흉혈국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구멍은 희랑대사가 해인사에 있는 다른 스님들의 수행을 돕기 위해 가슴에 작은 구멍을 꿇어 모기에게 피를 보시한 설화를 인용한 것이다. 불교에서는 통상 가슴이나 정수리에 난 구멍이 신통력을 상징한다고 보기 때문에 희랑대사의 높은 신통력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 보인다. 

전통이나 문화재의 중요성이 잊혀지고 있는 최근, 희랑대사좌상의 국보 승격 소식은 오랜만에 전해진 반가운 소식이다. 세계화와 현대화도 좋지만 한 번쯤은 이러한 문화재를 통해 우리의 뿌리와 전통을 되새보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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