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 붓 박물관 김진태 관장, 붓에 얽힌 우리 민족의 전통을 수호하는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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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산 붓 박물관 김진태 관장, 붓에 얽힌 우리 민족의 전통을 수호하는 장인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0.11.09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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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의 작품부터 해외의 작품까지. 1,000여 점의 문방사우 전시로 전통의 가치 지키다
운담 신홍택·이왕가의 마지막 필장 강흥복 선생을 만나 스승으로 모시다 
호산 붓 박물관 김진태 관장
호산 붓 박물관 김진태 관장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문방사우(文房四友).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쓰는 4가지의 친구라는 뜻으로 종이, 붓, 먹, 벼루를 뜻한다. 예부터 서예와 글을 특별히 생각한 우리 민족은 이 ‘문방사우’를 늘 가까이 하며 애지중지해 왔지만, 전통 서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문방사우 역시 외면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 붓에 얽힌 우리 민족의 전통을 수호하며 장인의 길을 걷는 이가 있다. 바로 호산 붓 박물관의 김진태 관장이다.

1,000여 점의 ‘문방사우’가 지키는 박물관, 지역의 명소로 거듭나

전통의 숨결이 남아 있는 종로구 인사동.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인 이 동네의 한쪽에 호산 붓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정갈하게 전시된 각양각색의 붓들이 방문객을 맞이해 준다. 

2011년 10월에 개관한 호산 붓 박물관에는 총 1,00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중에는 김진태 관장이 직접 제작한 붓도 있으며 그가 직접 중국, 일본에서 수입해 온 붓도 있다. 어딘가 엄숙함까지 느껴지는 호산 붓 박물관은 사라지는 전통예술에 대한 김 관장의 안타까움과 분함에서 시작되었다. 

사진제공 호산 붓 박물관
사진제공 호산 붓 박물관

“중국에서 시작된 붓, 서예는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그런데 이 세 나라 중 한국의 붓에 대한 기록, 연구가 유달리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전문 박물관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민속 박물관에서도 간략하게 생활 물품의 하나로만 소개할 따름이었죠. 우리 붓에도 나름의 특색이 있고, 정체성이 있는데, 이것이 사라지는 것 같아 박물관을 열게 되었습니다.”

사재를 털어가며 박물관에 전시할 벼루와 먹을 수입해 개관한 호산 붓 박물관은 서예를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작가들과 학생들은 물론이고, 일반인에게도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명소로 알려져 있다. 필방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이 때, 박물관이라는 모습으로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추구하는 호산 붓 박물관의 모습이 색다름으로 다가간 덕분이다. 

모필 제작에 쏟은 55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명인의 이름

김 관장은 본인이 직접 붓을 제작하는 장인이기도 하다. 14세의 어린 나이에 운담 신홍택 선생과 이왕가의 마지막 필장 강흥복 선생을 만나면서 모필 제작의 길에 들어선 뒤로 무려 55년 간, 김 관장은 단 하루도 모필 제작을 쉰 일이 없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28번의 이사를 가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도 붓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고 자부하는 김 관장. 

사진제공 호산 붓 박물관
사진제공 호산 붓 박물관

일본과 중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붓을 공부한 그의 열정은 김 관장을 국내 최고 수준의 붓 장인으로 만들어 주었다. 김 관장의 작품은 정, 재계 인사들에게 호평이 자자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 당시 의원 2,700명이 모두 김 관장의 붓을 사용했으며, 지금도 국빈의 방한이 있을 때 사용되는 기념휘호에는 그의 작품이 가장 많이 쓰인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문화재보호협회 전승공예대전 입선 및 장려, 중소기업진흥공단 전국관광민예품경진대회 입선, 사단법인 전통공예기능보존협회 전통공예대전 은상, 한국전통예술협회 한국전통공예대전, 중소기업진흥공단 88올림픽 전국공예품경진대회 입선, 서울특별시·KBS ‘서울 600년 문화상품경진대회’ 장려, 서울특별시 서울공예상공모전 장려,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특선, 한국전통공예대전 금상 등. 

국내의 거의 모든 서예 대회에서 그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무형문화재 모필장으로까지 추천되며 자신의 실력을 입증한 김 관장이지만, 그는 지금도 모필과 관련된 공부를 이어나가며 여러 매체에 자문 제공 및 도움을 주고 있다. 보다 많은 이가 붓과 전통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사진제공 호산 붓 박물관
사진제공 호산 붓 박물관

“나만 알고 있으면 나의 것이지만, 후대에 전파되면 그것은 국가의 재산이 됩니다. 그래서 저 역시 여력이 닿는 대로 후학을 양성하고 붓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박물관을 목표로 매진 

김 관장의 향후 목표는 여전히 붓 제작과 맞닿아 있다. 그는 약 9년 동안 붓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만난 다양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 분야와 사용자에 어울리는 맞춤형 붓을 세분화해 제작할 예정이다. 10년 안에 400여 종의 붓을 제작할 생각인데, 이 작업이 완료되면 호산 붓 박물관은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가장 많은 종류의 붓을 제작, 판매하는 박물관이 된다. 

“붓의 한글화 작업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붓’ 하면 다들 한자를 떠올리기 마련이죠. 실제로 붓에는 한자가 가장 많이 쓰여 있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인들은 붓만 보고는 이게 중국의 붓인지, 한국의 붓인지 구별할 수가 없습니다. 이에 앞으로는 제가 제작하는 붓에 우리나라의 산, 강, 꽃 이름을 새겨 넣어 한국의 붓임을 명확하게 밝힐 생각입니다.” 

이 외에도 문방사우 역사에 관한 책 집필, 후학양성도 계획 중이다. 김 관장의 청사진은 모두 붓과 우리 문화, 전통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현대 문명의 파도에 휩쓸려 전통이 사라지는 이 때, 우리 문화와 예술을 지키기 위한 그의 노력이 눈부시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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