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마음, 대체 왜?
상태바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마음, 대체 왜?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1.02.19 09: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과 다른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남의 말에 순종적이지 않은 본성을 지니고 있다. 청개구리라고 하여 하지 말라고 하면 더 열심히 그 행위를 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인간은 정말 무엇이든 하지 말라고 하면 더 그것을 하는걸까? 무수한 금기가 무심결에 우리로 하여금 그 행위를 하도록 등떠미는 것은 아닐까? 이와 관련된 재밌는 실험이 있어 소개해 볼까 한다. 

아이러니는 무슨 뜻?

본격적으로 실험의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아이러니라는 단어를 알아야 한다. 언어적인 의미에서 아이러니는 한국어로 반어를 말한다. 말 그대로 반대되는 말을 뜻하는데, 상대를 비꼬거나 농담을 할 때 많이 활용한다. 

잘못한 후배에게 “참 잘 한다.” 라고 하거나 누가봐도 궂은 날씨에 “날씨 한번 화창하네.”라고 하는 등 여러 상황에서 쓰인다. 아예 상황 자체가 아이러니한 경우도 있다. 통상 의도했던 것과 정 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때 쓰이는 용어로 반어를 뜻하는 아이러니와는 궤를 달리한다. 

예를 들어 호의로 인사를 건넸는데, 상대는 불쾌하게 받아들인다거나, 어렵게 휴가를 내 놀러 갔는데, 날씨 때문에, 혹은 아파서 놀지 못하는 경우에 아이러니하다고 표현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아이러니는 상황적 아이러니를 뜻하는 것으로 지금부터 알아볼 백곰효과 역시 이러한 상황적 아이러니와 결이 맞닿아 있는 심리학 실험이다. 

방어기제에서 비롯된 청개구리 심보, 백곰효과

1987년,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였던 다니엘 웨그너라는 학자는 대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사고의 억압이 우리 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로 한다. 그는 A그룹에게는 5분 동안 백곰을 포함해 다양한 생각을 떠올리도록 하고, 백곰이 떠오를 때마다 종을 치도록 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반대로 B그룹에게는 5분 동안 절대로 백곰을 떠올리지 말라고 한 뒤, 백곰이 생각날 때마다 종을 치라는 지시를 내렸다. 5분의 관찰결과 B 그룹이 훨씬 더 많은 종을 쳤다는 사실을 웨그너는 확인할 수 있었다. 

다니엘 웨그너는 이 같은 실험결과에 주목하며 “비정상적인 집착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차리면 경각심이 생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억제하려고 한다. 이리하여 억제와 집착의 새로운 주기가 시작된다. 결국에는 병적인 집착을 낳는다.”고 말했다. 

그의 실험은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를 증명하는 실험으로 백곰효과라 이름 붙었다. 사고 억제가 정 반대되는 결과로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을 학자들은 반동 작용이라 불렀다. 금지된 충동을 억제하기 위해 정반대의 태도와 행동으로 억제된 욕망을 표출하는 방어기제의 일종이라 여긴 것이다. 단순한 해프닝이자, 신비한 인간 뇌의 작용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 백곰효과는 실생활에서 꽤나 유용하게, 자주 쓰인다. 

실생활에서 쓰이는 백곰효과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자살자들이 찾는다는 자살 1위 다리, 마포대교는 오명을 벗기 위해 2012년부터 생명의 다리 캠페인을 시작했다. 다리 난간에 자살을 방지하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문구를 새겨 놓은 것. 하지만 이 캠페인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와 2012년 15명에 이르던 자살시도자가 2014년에는 184명으로 급증해 버렸다. 

자살을 연상케 하는 문구로 인해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할 곳이 자살하기 좋은 곳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전형적인 백곰효과의 폐해다. 백곰효과는 다이어트할 때 가장 빛을 발한다.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는 순간, 맛있고 칼로리 높은 것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고, 먹고 싶어진다. 

이처럼 특정 욕구를 방지하겠다고 해서 이를 공론화시키거나 자주 거론하면 오히려 억제 효과가 낮아진다. 실생활에서는 이를 활용해 오히려 목표를 세우지 않거나, 구체적인 행동 가이드를 언급하지 않는 식으로 특정 행동을 억제시킬 수 있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