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리그에서 느껴지는 팬들의 소중함, 좋은 팬서비스로 보답해야

유우주 기자 승인 2020.06.19 07:05 | 최종 수정 2020.06.19 07:08 의견 0

-코로나 19로 각종 스포츠 리그 무관중 운영
-팬들의 사랑이 없으면 밥줄 끊어진다는 마음으로 팬서비스에 임해야

[포스트21=유우주 기자] “찾아와 주시는 팬들이 없으니까, 경기를 뛰는 입장에서도 즐겁지가 않습니다. 얼른 팬 여러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코로나 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프로야구(KBO), 프로축구(K-리그)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터뷰 내용이다. 

정상적으로 리그가 운영되던 예년보다 팬들의 소중함을 자각하는 듯한 인터뷰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 여기에는 무슨 사정이 있는걸까?

선수단 축소로 인한 연봉삭감 및 방출, 스포츠 선수들의 생계위협

코로나 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은 많은 사람들이 촘촘히 앉아 관람해야하는 공연‧스포츠관람 등의 관람 문화 활동의 위축을 야기했다. 경기 수가 단축되고, 무관중 운영으로 인해 티켓수익이 전무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스포츠 구단의 운영은 긴축재정으로 전환되었다. 

선수단의 규모를 줄이면서,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은 대부분 방출되고 남아있는 선수들의 연봉마저 반토막이 났다. 

2020년 대형 계약의 시작과 마무리를 동시에 맞이하는 류현진(4년 8000만 달러 계약 시작), 추신수(7년 1억 3000만달러 계약 종료) 또한 연봉 삭감의 칼날을 피할 수 없을 예정이다. 

삭감 후에도 여전히 고연봉인 선수들과 미리 많은 돈을 벌어놓은 선수들은 ‘안식년’을 누릴 수 있지만 저연봉과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마이너리그, 즉 2군 선수들에게 리그의 축소는 곧, 치명적인 생계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렇게 팬들의 존재는 프로 스포츠를 존재하게 해주는 중심이고, 한 가정의 가장인 프로 선수들의 생계를 책임져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되는 상황인 것이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싸늘하기만 한 팬들의 민심

팬들과의 만남을 간절하게 원하는 선수들과는 달리, 이 모습을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많은 팬들이 있다. 우리나라 일부 스포츠 선수들의 부족한 팬서비스로 인해 상처받아 본 경험이 있는 팬들이다. 

팬들의 지출이 구단의 생존과 연결돼 있는 해외 스포츠 구단들의 경우, 선수들의 팬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팬 서비스 교육을 실시하며, 연봉계약서에 팬 서비스에 대한 항목을 기입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구단의 대부분이 ‘대기업’의 소유이며, 운영 시 발생하는 적자를 ‘기업의 홍보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팬들의 영향력이 구단의 존폐 여부를 가를 정도로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유독 우리나라의 경우 팬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편이며, 개선에 대한 욕구 또한 크지 않다. SNS와 인터넷의 발달은 팬 서비스가 부족한 우리나라 스포츠 선수들의 민낯을 퍼트리는데 큰 공헌을 했다. 

고사리 손으로 싸인을 요청하는 꼬마 팬을 무시하는 선수, 팬에게 손찌검과 욕을 하는 선수들, 대놓고 싸인 잘 안 해준다고 하는 국민타자 등 팬들을 무시하는 선수들의 행동에 상처받은 팬심은 선수들의 위기에 관대하고 너그럽지 않다.

개선되어야 할 인식의 변화, 더 낮은 자세로 임해야 

팬 서비스의 차이는 선수들의 성격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다. 팬을 대하는 선수들의 인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팬들을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경기를 보러와줌으로써, 구단을 유지시켜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구단이라는 회사가 유지되고, 그로 인해 리그라는 조합이 유지돼야 생계가 유지되는 스포츠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다. 

많이 개선되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내가 멋진 경기를 함으로써, 팬들이 보러 올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팬들이 투자해주는 돈과 시간을 우습게 여기는 행보를 보인다. 

리그와 구단이 운영되는 환경이 다르지만, 결국 팬의 외면을 받는 리그는 폐지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무관중 리그의 진행으로 선수들의 연봉삭감‧일자리 불안정‧경기의 지루함 등 여러 가지 단점들이 선수들의 뇌리에 박힌 지금이야말로 선수들의 팬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너희들이 혼자 볼펜 한자루라도 만들어 봤냐? 팬들이 없으면 너희는 그냥 생산성 없는 공놀이 하는 사람들에 불과해. 팬들에게 잘해.” 

90년대 오빠부대를 이끈 연세대 최희암 감독의 말을 선수들이 가슴 깊숙이 새겨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 코로나19가 지나간 후, 다시 만날 팬들에게 못해준 만큼 더 잘해주기 위해 다가가는 선수들의 성숙한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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