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명가’ 쌍용, 이번에도 부활할 수 있을까

연이은 위기에도 불사조처럼 부활했던 쌍용자동차
소비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경영, 이제는 바뀌어야

유우주 기자 승인 2020.08.21 06:20 | 최종 수정 2020.08.21 06:23 의견 0

[포스트21 뉴스=유우주 기자] 2020년 6월 13일.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자동차는 쌍용자동차에 대한 지배권 포기를 선언했다. 쌍용자동차는 부도 상황에서 외국자본으로 헐값에 매각되어 논란이 되고, 노동자들의 부당해고 사건으로 큰 구설수에 오르는 등 영욕의 시기를 보낸 기업이다. 

인도 마힌드라 자동차와의 인수 합병에 이어 소형 SUV ‘티볼리’의 성공으로 ‘SUV의 명가’의 부활을 알렸던 쌍용자동차. 하지만 연이은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번 큰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한민국 SUV의 명가, 쌍용자동차

‘코란도’, ‘무쏘’, ‘렉스턴’. 90~2000년대 인기를 끌었던 4륜 구동 SUV 차량들이다. 투박하지만 탑승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프레임 바디’로 골격을 세우고 그에 어울리는 웅장하고 각진 디자인은 남성들의 마초심을 자극하는 차량이었다. 

또한 차체의 튼튼함이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 가족들이 안전하게 탈 수 있는 ‘패밀리 카’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연이은 대성공으로 SUV 명가의 이름을 드높인 것도 잠시, 새로운 차량의 판매 부진과 SUV 위주의 한정적인 라인업, A/S의 불편함, 승차감과 불만족스러운 연비 등의 이유로 서서히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 결과 판매 부진으로 어려워진 회사는 대우자동차, 중국 상해기차, 인도 마힌드라 자동차에 연이어 인수 합병되는 결과를 맞이했다. 

이는 쌍용자동차가 가지고 있던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리게 되는 결과를 낳았고 쌍용자동차의 이름은 점점 잊혀져갔다.

틈새시장 공략, 좌초되는 배 건져 올린 ‘티볼리’의 성공
 
하지만 인도 마힌드라 자동차와의 인수 합병 이후, 보드진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시작되고 곧 새로운 차량이 출시 되었다. 그 모델이 바로 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티볼리’다. 출시 당시에는 한국에서 생소하고 인기가 없던 기종인 소형 SUV의 유행을 선도한 차량이다. 

투박하고 거친 이미지의 자동차만 출시했던 쌍용자동차의 모습과는 다르게 세련되고 감각적인 디자인과 색감을 무기로 출시된 티볼리는, 그동안 소비자들이 쌍용자동차에 가졌던 ‘성능은 좋은데 투박한 자동차’의 이미지를 한 순간에 불식시키면서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첫 모델 출시 이후 차량의 디자인과 색상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모델을 출시함으로써,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층에게 특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티볼리의 성공으로 쌍용자동차는 적자를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국내 차량 중 쉐보레와 르노를 누르고 처음으로 판매 실적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쌍용자동차에 제 2의 전성기가 도래하는 듯 했다.

또 한번의 위기 맞은 쌍용자동차, 정체성의 명확한 확립 필요하다 
 

티볼리의 성공에 힘입어 쌍용자동차는 대표모델 코란도를 현대식으로 리모델링 한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많은 개발비를 투자했음에도 준중형 SUV모델의 터줏대감인 현대와 기아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처참한 실패를 맛보게 된다. 

코란도의 실패는 소비자들이 쌍용자동차에 기대하는 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소위 ‘각 코란도’라 불리는 사각형 차체를 지닌 1세대 코란도, 이름 그대로 무소와 같이 웅장한 바디를 지녔던 무쏘 같은 차량을 기대했던 소비자들의 심리를 반영하지 않은 채, 타 업체들의 승용차를 확대한 듯한 모양의 양산형 SUV를 출시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다. 

쌍용자동차만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모델이 아닌, 정체성이 애매모호한 ‘큰 티볼리’ 같은 차량은 소비자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대표모델인 티볼리마저 다른 업체들의 새로운 차량들이 출시됨에 따라 그 입지가 좁아졌고 자연스럽게 다시 한번 판매 실적은 떨어지게 되었다. 

반면 새로출시한 대형 SUV모델과 픽업트럭모델은 소비자들이 쌍용자동차에 기대하는 부분을 충족시켜 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대형 SUV와 픽업트럭의 시장규모는 전체 자동차 시장규모 중 매우 작은 부분에 불과했다. 

2019년에는 3,500억을 들여 다시 한번 코란도의 새로운 모델을 출시했지만, 이 역시 철저하게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큰 실패를 겪게 되었다. 

계속되는 적자로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자동차마저 철수를 선언한 상황. 자체적으로 체질 개선 작업을 하고 있지만 쌍용자동차는 새로운 기술 개발의 동력을 이미 상실했다. 

은행권의 추가 대출 불가선언으로 해외 다른 회사와의 인수 합병 밖에 답이 없는 상황에 직면한 쌍용자동차. 다시 한번 부활해서 SUV 명가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그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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