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영원한 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꼬네

박윤선 기자 승인 2020.07.22 18:36 | 최종 수정 2020.07.22 18:39 의견 0

[포스트21=박윤선 기자] '영화음악계의 전설'로 불리는 엔니오 모리꼬네가 향년 93세 나이로 별세했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엔니오 모리꼬네는 최근 낙상으로 인해 대퇴부 골절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다가 7월 6일 새벽 숨졌다고 밝혔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엔니오 모리꼬네는 재즈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악기들을 접했다. 

아버지를 대신해 연주자로 생계를 책임졌던 그는 이탈리아 명문 산타 체칠리아 국립 음악원에 들어가 작곡가 고프레도 페트라시 밑에서 지휘, 작곡, 합창을 배웠다. 

이후 실력을 인정받아 이탈리아 국영 방송에서 연주자 겸 편곡자로 활동했으며, RCA 빅터 레이블의 최고 스튜디오 편곡자로 활동하면서 당대 뛰어난 아티스트들과 작업을 이어나갔고, 고스트라이터 및 편곡자로 활동하며 이탈리아 거장들과 함께 영화음악 작업을 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에서 활동 중이었던 영화감독 세르조 레오네에게 발탁되어 1964년 <황야의 무법자> 음악을 맡으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르조 레오네 감독과 연을 맺은 그는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석양의 갱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까지 작업을 함께 했다, 특히 <석양의 무법자>에서 사용되었던 ‘The ecstacy of gold’는 널리 알려진 OST 중 하나다. 

주옥같은 영화 음악들을 탄생시키다
 
그렇게 스파게티 웨스턴의 상징이 된 엔니오 모리꼬네. 이탈리아 영화계의 악조건 속에서도 장르와 작품을 가리지 않고 훌륭하게 음악을 완성 시킨 그는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아 존 부어맨 감독의 <엑소시스트2>, 테렌스 맬릭의 <천국의 나날들>, 테렌스 영의 <블러드 라인> 마이클 리치의 <아일랜드> 등으로 입지를 굳혔다. 

1978년 <천국의 나날들>로 오스카 음악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수상은 하지 못했던 그의 진정한 진가는 롤랑 조페의 <미션>부터였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역량이 모두 발휘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 <미션>. 주제 의식과 음악의 선율이 적절한 조화를 이룬 <미션>의 OST로 그는 골든 글로브 음악상과 영국 아카데미 음악상을 휩쓸었으며, 브라이언 드 팔마 <언터쳐블>로 다시 한번 오스카 음악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 이후 <시네마 천국>, <피아니스트의 전설>, <말레나> 등의 OST로 최전성기를 누리며 영화음악계의 마에스트로가 되었다. 

엔니오 모리꼬네와 쿠엔틴 타란티노
 

엔니오 모리꼬네와 영화 <장고:분노의 추격자>로 만난 쿠엔틴 타란티노. 이후 다시 한번 그에게 음악 작업을 의뢰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타란티노는 지속적인 구애를 펼쳐 그와 영화 <헤이트풀8>으로 재회하게 되었다. 두 사람의 재회 결과는 성공적! 엔니오 모리꼬네는 <헤이트풀8>으로 꿈꿔왔던 오스카 음악상을 손에 거머쥐었다. 

그때 그의 나이 87세였다. 그 밖에도 엔니오 모리꼬네는 미국, 일본, 남미, 호주, 유럽 등 세계 각국을 돌며 총200회 이상의 공연을 진행해오다가 90세를 맞이하면서 모든 연주에서 물러났다. 

영원히 우리에게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남을 엔니오 모리꼬네. 그가 직접 작성한 부고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나 엔니오 모리꼬네는 사망했다. 나의 부고를 늘 가깝게 지냈던 모든 친구들에게 전한다. 또한 내가 큰 애정을 갖고 인사를 나눴으나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게도 전한다. <이하 중략> 내 여동생 Adriana, Maria, Franca, 그리고 그들의 사랑하는 가족이 내게 베푼 사랑을 기억한다” 

“내가 얼마나 자기들을 사랑했는지도 알아주기를 바란다. 나의 아이들 Marco, Alessandra, Andrea, Giovanni, 나의 며느리 Monica 그리고 내 손주들 Francesca, Valentina, Francesco, Luca에게 무엇보다 뜨겁고 깊은 작별 인사를 전한다” 

"그들 또한 내가 자기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아주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나의 가장 소중한 아내 Maria. 지금까지 우리 부부를 하나로 묶어주었으나 이제는 포기해야만 하는 특별한 사랑을 다시 전합니다. 당신에 대한 작별 인사가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저작권자 ⓒ 포스트21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