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치솟는 금값, 18개월 내 3000달러

이현재 기자 승인 2020.04.26 16:07 | 최종 수정 2020.04.26 16:13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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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21=이현재 기자]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인류의 생활패턴을 바꿔놓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까지. 전 영역에 걸쳐 무거운 족적을 남겨놓았다.

사람들은 이제 쉽게 모이지 않고, 위험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안전한 재테크를 하길 원한다. 주식시장이 얼어붙은 대신 부동산을 사려 하고, 집 안에 금괴를 가져다 놓으려 한다. 최근 그 가치가 치솟고 있는 금. 금은 과연 정말 안전한 걸까?

18개월 내 3000달러?

지난 4월 21일. 블룸버그 통신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보고서를 인용, 연방준비제도(Fed)는 금을 발행할 수 없다며 18개월 내 금값이 온스(31.1g)당 3000달러(약 370만원)까지 오른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연방준비제도는 미국의 통화금융정책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제도다. 쉽게 말하면 미국의 중앙은행이 지폐 찍어내듯이 금을 발행하지 못하는 한, 금값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24일, 한국거래소에서는 1kg짜리 금 현물의 1g 가격이 한 때 역대 최고가인 6만 8,880원을 경신하며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금값 추이를 보여줬다.

이를 미국식으로 전환하면 온스당 1678달러(207만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종래 코로나 사태로 18개월 내 금값이 2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최근 이를 3000달러로 수정한 것이다. 금값. 대체 왜 오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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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왜 오를까?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의 움직임이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다. 뉴욕증시는 20% 이상 하락했으며 각국의 통화가치는 모두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금값은 홀로 고공행진중이다. 금값은 실물경기 사이클이나 산업의 수요와는 크게 상관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사람들의 경제활동이 둔화되면서 돈의 가치는 떨어져도 금의 가치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

여기에 각국의 통화는 아무리 경제활동이 위축되어도 지속적으로 유통이 되는 대신, 금은 현재 공급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멕시코와 남아공의 주요 금 제련소는 가동을 멈추고 있고, 금을 운반하는 주요 수단인 항공편 역시 마비되고 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무엇보다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대한 여러 전문가의 견해가 결정적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18개월 가량이 걸릴 것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지금 당장 종결되어도 이미 무너진 경제는 자동적으로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을 점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금값이 5년 이내에 온스당 2만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했다.

금은 안전자산인가?

금은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재화다. 하지만 과연 금은 정말 안전할까? 역사적으로 금은 부의 상징이었고, 경제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 사람들은 금부터 사기 시작했다.

국가나 지역, 시대를 막론하고 금은 실질화폐로 사용된 재화이기 때문에 금은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그 가치가 쇠락하는 일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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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날, 금은 절대적인 안전자산으로의 기능을 일부 상실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금값의 역사적 추이를 살펴보면 의외로 사회,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그 영향을 많이 받은 재화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라가 망해서 국가의 돈이 소용없어지는 경우가 많은 과거에는 모든 인류에게 통용되는 금이 중요한 가치를 지녔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나라가 망하는 일은 거의 없어진 현대에 와서는 금의 중요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금은 공급보다는 수요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부분이 많아서 각국의 은행들이 대략적인 금값을 조절할 수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신문은 금이 수요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취약한 변동성으로 인해 가격이 쉽게 오르고 내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의 가격 변동성을 의심하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까지 금은 각국의 일반 통화보다는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치솟는 금값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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