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을 떠나자! 어드벤처 게임

김민진 기자 승인 2021.11.09 05:48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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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새로운 세계나 환경을 마주할 때 인간은 설렘과 두려움을 느낀다. 다른 직장으로 이직했을 때, 혹은 전학으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환경을 마주했을 때, 내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하나 배우는 과정은 어렵기도 하지만,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쾌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처럼 새로운 환경과 장소에서의 비밀을 밝혀나가는 과정을 우리는 폭넓게 탐험이라 부른다. 이 탐험에 초점을 맞춘 게임 장르가 바로 오늘 알아볼 어드벤쳐 게임이다.

탐험과 모험으로 대변되는 장르

어드벤처 게임은 어드벤처(Adventure)라는 단어의 뜻처럼 모험, 탐구심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게임이다. 그렇다면 모험, 탐구심이라는 감정은 어떤 상황에서 생겨나는 걸까. 서두에서 밝혔듯이 인간은 새로운 환경을 마주할 때 이 환경을 조금 더 알아가고 싶다는 욕망이 생긴다.

비슷한 호기심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혹은 앞뒤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은 광경을 마주했을 때도 인간은 제대로 된 상황과 정리된 이야기를 알고 싶어한다. 예를 들어보자. 한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찔러서 죽였다. 이 자체는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은 이 사건에 다양한 요소들을 궁금해 하고,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를 궁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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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살인 장소는 어디인지, 살해 이유, 살해 방법은? 다양한 궁금증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여인의 사정, 남성의 삶에 또다시 관심이 집중된다. 이 모든 상황과 스토리가 어드벤처다. 결국 어드벤처 게임은 하나의 준비된 이야기를 플레이어가 풀어나가는 형식이라 당연히 온라인보다는 싱글 플레이에 유리하다.

이야기에 집중하는 형식이라 선형적인 진행이 될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한번 몰입하면 쉽게 헤어나오기 힘든 장르이기도 하다. 어드벤처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퍼즐 요소가 게임 곳곳에 남겨져 있다는 것이다.

준비된 이야기를 감상하는 방식이라고 해도 영화처럼 플레이어가 손 놓고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플레이어가 직접 사건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추론과 추리를 통해 이야기의 전체 구성을 짐작해야 하는 게임도 있다.

아예 하나의 세계 전체를 탐험하며 문제를 찾아가는 형식도 있다. ‘모험’ 이라는 단어가 하나의 장르가 된 것처럼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경험과 탐험, 모험을 제공하는 장르가 바로 어드벤처인 것이다.


어드벤처 게임의 역사

어드벤처 게임의 시초는 1975년에 등장한 어드벤처다. 게임 이름이 어드벤처인 이 게임은 그래픽이 전혀 사용되지 않고 순수한 문자로만 구성된 게임이었다. 말 그대로 모든 상황을 글로 설명해주는 게임이며, 플레이어의 행동 역시 글로 명령어를 입력하는 형태로 행동에 따라 여러 선택지가 나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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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어드벤처 게임, 미스테리 하우스

라이트노벨식 게임으로 진행되던 어드벤처 게임에 그래픽이 등장한 것은 1980년이였다. 당시 미스테리 하우스라는 게임이 발매되었는데, 단순한 선으로 그림을 그려놓은 것 같은 조악한 수준의 그래픽이었지만, 최초의 그래픽 어드벤처 게임으로 업계에 많은 충격을 주며 대성공한 게임이다.

이후,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전하면서 수많은 어드벤처 게임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미스테리 하우스를 만들었던 시애라 온라인의 킹스 퀘스트는 어드벤처 게임의 시조로 계속해서 새로운 시리즈를 생산해내고 있었고, 여기에 루카스아츠라는 새로운 경쟁작이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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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벤처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은 원숭이 섬의 비밀

루카스아츠 시리즈 중 가장 크게 성공한 원숭이 섬의 비밀은 국내에도 발매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도 했었다. 전통적인 어드벤처 게임은 서양의 게임 개발사를 통해 성장했지만, 일본에서는 라이트노벨과 결합하여 투하트, 동급생 같은 연애 어드벤처 게임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화이트데이라는 공포 어드벤처 게임이 호평을 받으며 출시되었지만, 흥행에는 실패했었다.

지금은 다른 장르에 흡수된 어드벤처

그렇다면 지금에 와서는 어떨까? 사실 오늘날 정통 어드벤처 게임의 명맥은 거의 사라진 상태라고 봐도 무방하다. 해외에서도 정통 어드벤처 게임은 거의 사장된 상태고, 국내에서도 어드벤처 장르만을 목표로 한 게임은 거의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게이머들에게 어드벤처라는 용어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어드벤처가 액션이나 퍼즐, 공포 등 수많은 다른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그 수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RPG 어드벤처와 액션 어드벤처가 거의 모든 게임의 주요 장르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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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와 어드벤처가 결합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21세기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하 야숨)을 예로 들어보자. 야숨은 큰 틀에서 보면 분명 어드벤처 장르가 맞다. 거대한 세계를 탐험하고, 퍼즐을 풀면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니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인공을 육성하고, 새로운 장비와 능력을 해금하는 등의 육성은 전형적인 RPG의 그것이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나 언차티드, 툼레이더 시리즈 등에는 액션성이 가미되어 있다.

던전을 탐험하고, 각종 퍼즐로 점철된 공간을 빠져나가는 것은 전형적인 어드벤처지만, 그 과정에서는 플레이어의 조작이 필수인 액션이 가미되어 있다. 이 외에도 공포, 퍼즐같은 장르에도 어드벤처가 결합되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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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과 어드벤처가 결합된 레지던트 이블 빌리지

아마 앞으로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게임시장에서도 정통 어드벤처 게임을 보기는 힘들 거라 생각된다. 하지만 항상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새로운 탐험을 제공하는 어드벤처 장르는 다양한 장르와 연계, 융합하며 우리 곁에 존재할 것이다.

탐험과 모험, 색다른 경험. 오늘날 대다수 게임이 추구하는 가치를 품고 있는 어드벤처의 장르적 특성상, 어드벤처 게임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게임계의 주류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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