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비대면 대출의 불안한 시스템, 편의성은 좋지만 보안성은 글쎄...

김지연 기자 승인 2022.08.14 18:01 의견 0

[포스트21 뉴스=김지연 기자] 우리는 대출을 받기 위해서라면 수년 전만 하더라도 직접 각종 서류들을 구비하여, 은행에 방문하여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을 들여 은행에 방문했지만 필요한 서류를 깜빡하여 누락하거나,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다시 돌아가야만 했죠. 하지만 비대면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금융업에도 점차 기술들이 적용되기 시작하였고, 이런 핀테크의 발전은 고객들이 손쉽게 은행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더 이상 바쁜 직장인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서 연차를 쓰고, 각종 서류들을 준비하여 은행에 방문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우리는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들고 해당 은행의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대출 상품을 찾아보고, 간단한 본인 인증 절차만을 거친다면 자동으로 필요한 구비서류들을 스크래핑 해오고, 이를 은행에서 확인하여 대출을 진행해주는 현재의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금융서비스의 편의성이 극대화 됨에 따라 우리의 삶은 많이 편리해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니, 지나치게 편리해졌죠.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몇분만에 은행에 직접 방문하지도 않고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편리하다는 말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런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물론 편리하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발전해나가는 이유가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면, 금융업 역시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가 된 것은, 그 편리함을 위해서 몇몇 고객들은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입니다.

완벽한 보안기술 시스템이 먼저, 편의성은 그 다음 순서로 해야

신분증만 가지고 본인인증을 할 수 있다는 허술한 보안성을 이용하여 다른 이들의 신분증을 줍거나, 사본을 입수한 이들이 이를 악용하여 금융권 대출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던 이들은 얼마 지난 뒤에 대출금과 이자를 갚으라는 은행의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자신도 모르던 빚을 떠안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이는 사실, 기술이 완벽하게 성장하지 않았지만 편의성만을 높이기 위해서 비대면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나타난 일입니다.

사실 비대면 대출을 진행할 때 본인을 인증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신분증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거나, 단순히 신분증만으로 본인 인증을 완료시키는 것이 아닌, 그 외에도 바이오 인증이나 간편 인증, 금융인증서, 본인 확인을 위한 화상 통화 등을 활용한다면 허술하게 타인이 신분증만을 가지고 본인 인증을 받는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 이유 역시 어떻게 보면 편의성일지도 모릅니다. 은행들은 그런 시스템들을 갖추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과 투자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은행의 입장에서 필요 없는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죠. 결국 은행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높이고, 자신들의 판단대로 필요한 인프라를 갖추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얻는 편의성이 선량한 소비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빚쟁이로 전락하는 상황을 부추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과연 비대면 대출 서비스로 얻을 수 있는 편의성의 가치가,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비해서 높다고 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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