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알뜰 소비, 체리슈머

김민진 기자 승인 2022.12.19 15:26 의견 0

[포스트 21 뉴스= 김민진 기자] 무료 혜택만을 누리고 실제로 구매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얌체 소비자를 우리는 체리피커라 부릅니다. 그리고 체리피커에서 파생된 ‘체리슈머’가 2023년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체리슈머는 체리피커와 컨슈머(소비자)를 합성한 단어로 한정된 자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알뜰하게 소비하는 전략적인 소비자들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체리피커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얌체 같은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닌, 알뜰한 소비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체리슈머가 등장한 이유로는 다양한 원인들이 제기됩니다. 가장 먼저 정보의 차이입니다. 과거에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서 비교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제한되었습니다. 운동화를 사러 갔을 때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매장들을 방문해 비교하고, 그중에서 마음에 들면서 동시에 비교적 저렴한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많은 정보들을 한 눈에 파악하고, 비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한가지 물건에 대해서 검색을 하면 다양한 쇼핑몰에서 판매하고 있는 동일 제품에 대한 가격을 비교하여 최저가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비를 할 때 정보를 파악하기 쉬워졌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더욱 알뜰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코로나 팬데믹을 비롯한 다양한 상황들이 연달아 발생함에 따라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겁니다. 과거 세대들에 비해서 돈을 벌고, 모으는 것이 어려워진 경제 주체들이 점차 지갑을 닫기 시작했고, 반드시 구매해야 하는 물건의 경우에도 혜택이나 가격 등을 따져보고 가성비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구매 결정을 내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할 때는 다소 낭비라 생각될 수 있는 소비도 이루어질 수 있지만 끊임없이 경제 지표들이 하락하는 상황 속에서 더 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가지고 있는 것이라도 아껴서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 것이죠.

독과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체리슈머 열풍, 주의해야...

여러 이유들로 나타나기 시작한 체리슈머들을 사로잡기 위해 기업들 역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알뜰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멤버십 혜택이나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것인데요. 이를 통해서 자신들의 기업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알뜰한 소비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것을 어필함으로써 고객들을 사로잡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체리슈머가 늘어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체리슈머의 증가가 그만큼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는 점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 경쟁, 혜택 경쟁으로 이어지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많은 자본을 지니고 있는 대기업이 우위에 설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골목상권이나 중소기업들이 도태되어 사라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경쟁에 뒤처져 사라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몇몇 대기업만 남게 되었을 때 다시 가격을 올리게 된다면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방안이 소비자에게는 없어지게 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현명하고 알뜰하게 소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서 비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소비자가 더욱 좋은 제품을, 더욱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죠. 결국, 체리슈머를 사로잡기 위한, 혜택이나 가격 외의 다른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충분한 자본금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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