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존재하는 ‘지옥고’

김지연 기자 승인 2022.12.23 11:49 | 최종 수정 2022.12.23 16:05 의견 0

[포스트 21 뉴스=김지연 기자]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특히 많은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수도권과 서울의 경우에는 집값이 너무 비싸서 자가를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교육 인프라와 직장들이 서울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혈혈단신으로 서울로 상경하는 이들은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혹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우기 위해 올라온 이들이기에 모아둔 돈도 부족하고, 머물 장소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지옥고’입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뜻하는 지옥고는 사람이 거주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드는 장소들입니다. 작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나누어 사람들에게 세를 받을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들이 느껴지는 건물 구조는 집에서 보내는 안락한 생활과는 거리가 먼, 정말 찬바람만 간신히 피할 수 있는 장소에 불과합니다.


이런 지옥고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2023년부터는 반지하나 쪽방 등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회취약계층들에 대한 지원책들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많은 이들이 햇빛이 잘 들고, 자신들의 안락한 보금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은 과거에도 존재했고, 꾸준히 시행되었지만 여전히 서울에는 너무나 많은 지옥고가 존재하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숫자도 너무 많습니다. 꾸준히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도 마련하기 힘든 자가를 사회취약계층들이, 혹은 사회 초년생들이 마련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들이 자립할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제공되고 있는 임대주택 정책들 역시 취지는 매우 좋지만 다양한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임대주택에서 거주하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은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을 따돌리는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일반적인 시세에 비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지낼 수 있도록 제공되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사회취약계층들이 거주하기에는 적정하지 않은 비용이 책정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저한의 공간에 대한 논의가 필요

의식주는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이고, 그중에서도 주거 공간은 개인의 사생활이 이루어지는 매우 중요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지옥고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자신의 생활이라는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좁은 공간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조건도 갖춰지지 않은 공간이기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탈출하지 못해 사망한 이들의 비극적인 뉴스는 비정상적인 주거공간이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주거공간이라는 것은 단순히 효율성만을 따져서 만들어도 되는 공간이 아닙니다. 같은 크기의 공간을 나누어서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는 여러 개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이 공간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인간적으로 존중받으며 자신들의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을지가 고려되어야만 합니다. 물론 모든 이들에게 넓은 장소를 제공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 공간’이라는 것의 범위가 명확하게 결론 내려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에 입각한 주거 지원 정책이 이루어져야 더욱 많은 이들이 지옥고에서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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