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누구를 위한 데이터인가

김지연 기자 승인 2023.01.17 11:59 의견 0

[포스트 21 뉴스 = 김지연 기자]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트렌드 용어 중 하나가 바로 ‘마이데이터’입니다. 나의 정보를 뜻하는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데이터를 주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넘어서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하는데요. 데이터 3법이 통과됨에 따라서 자신의 정보에 대한 주체가 본인이라는 개념이 강화되었으며, 소비자들은 자신이 만들어낸 데이터에 대해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이데이터 이전에는 기업이 개인에게 약관 동의를 통해 얻어낸 정보, 생성해낸 데이터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활용할 수 있었지만, 신용정보법이 개정됨에 따라서 개인신용정보 전송 요구권이 포함되었어요. 이에 따라 개인의 데이터를 직접 관리하고, 자신이 지정하는 제3자에게 데이터를 보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됨으로써 데이터 활용에 대한 개념이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거래정보, 국세, 지방세 납부 정보, 4대 보험료 납부 정보, 통신비 납부 정보 등 개인의 데이터들을 제3자에게 제공하여 이를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분석 및 추천을 해주는 서비스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뱅크샐러드인데요.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은행의 계좌들을 보여주고,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뱅크샐러드의 흥행을 목격한 시중은행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자 권한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에 앞으로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데이터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서비스도 개인의 수많은 정보들을 한 곳에서 모아서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난 거죠.

수많은 제약으로 얼룩진 마이데이터

마이데이터가 시작된 지 2년 가까이 되었지만 실제로 마이데이터 사업만을 가지고 충분한 매출을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들이 마이데이터 관련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이들과 함께 사업자 권한을 취득하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막상 마이데이터라는 뚜껑을 열어보니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의견도 많아요.

마이데이터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업들은 현재 근본적인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의 구체적인 매출 로드맵이 없다는 고민이죠. 신한은행, 국민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마이데이터 전담 사업부를 만들면서 수많은 투자를 했지만 이를 활용한 마땅한 서비스를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그 외의 다른 기업들 역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을 뿐 아무런 차별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죠.

마이데이터의 실효성 논란이 불거진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제한들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마이데이터를 통해 개인의 보험 가입 정보들을 모두 파악하여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를 활용하여 각 보험사에 보험계약을 연계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건 아직까지 제한되어 있습니다. 즉,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활용성이 다양한 확실한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제약 탓에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매출을 확보하는 것에 실패한다면 기업들은 점차 마이데이터를 포기할 겁니다. 이는 곧 소비자들이 마이데이터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는 뜻인데요.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마이데이터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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