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히트, 복고 마케팅, 향수를 자극하다

최현종 기자 승인 2023.03.18 22:36 의견 0
사진 네이버 영화

[포스트21 뉴스=최현종 기자] 복고 마케팅은 예전부터 자주 사용되어 오던 효율적인 마케팅 방법 중 한가지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지나버린 과거에 대해서 그리움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고,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에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음악을 듣거나, 만화나 드라마 등을 보면서 과거 자신이 어렸을 적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복고는 음악, 패션 등에서도 종종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도 자주 사용되고 있는데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경우 특정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소품, 음악 등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복고 열풍을 일으키는 것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최근 극장가를 휩쓸면서 열풍을 일으켰던 슬램덩크 극장판 애니메이션 역시 현재 3~40대 소비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명작으로 생각하고 있는 슬램덩크라는 만화책의 원작을 바탕으로, 이미 완결이 난지 수십년이 지났는데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슬램덩크 팬들은 설레면서도 동시에, 불안했을 것입니다. 내 추억에 있는 명작 만화를 혹시라도 이상하게 해석해서 오히려 흠집을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죠.

하지만 ‘자신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예전에 보던 슬램덩크 만화책을 찾아 읽어보게 되고, 그리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을 살던 이들이 어렸을 때 친구들과 함께 책방에서 만화책을 빌려 읽던 시절을, TV를 틀어 슬램덩크 애니메이션을 보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그리고 그들의 향수를 자극한 슬램덩크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초대박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애니메이션 기록 중 1위였던 ‘너의 이름은’이 367만명의 관객을 모으는 것에 성공했는데, 슬램덩크가 벌써 3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것에 성공한 것이죠. 게다가 이 신드롬은 단순히 향수를 건드는 것에만 성공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팬들을 만드는 것에도 성공했습니다.

옛 팬들은 물론, 새로운 팬들 유입까지 기대

만화책이 연재될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현재의 10대들이, 혹은 농구에 관심도 없었던 여성 소비자들이 자신의 아빠, 남자친구, 남편의 손에 이끌려 슬램덩크를 접하게 되고 매력에 빠지게 됐습니다. 이처럼 ‘복고 마케팅’이란 향수를 자극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슬램덩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라는 절대적인 특성 앞에서 우리는 과거에 대해서 그리워하거나, 기억하는 것 이상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사진 네이버 영화

그렇기에 옛 기억을 되살려주는 것들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갖고, 흥미를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죠. 물론 이런 옛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항상 성공적인 결과를 이끄는 것은 아닙니다. 옛날에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를 다시 새롭게 만들면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실제로는 추억에 스크래치를 내버렸다고 평가 받는 수많은 작품들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이미 많은 이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추억을 새롭게 활용하여 더욱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만약 복고를 잘만 활용할 수 있다면 옛 팬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 것은 물론 새로운 팬들을 유입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슬램덩크가 수십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새로운 팬들을 유입시킨 것에 성공한 것처럼. 빨간 머리 강백호가 누구인지도 몰랐던 이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제대로 부각시키면서 세대를 넘어선 공감대를 형성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그렇기에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복고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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