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과 상류층 사이, 중산층의 어려운 정의

최현종 기자 승인 2023.12.19 11:32 의견 0

[포스트21 뉴스=최현종 기자] 한참 커뮤니티나 인터넷 등을 떠돌아다니던 글 중에 그런 글이 있다. 중산층의 기준은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빚이 없이 자신의 집이 있고, 일년에 한두번 정도는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일을 안 하고 있을 때 재산이 그대로 있으면 중산층이고, 재산이 줄어들면 서민이고, 재산이 늘어나면 상류층이라는 것. 이런 기준들을 보다보면 중산층이라는 존재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갑작스러운 사고 등으로 할 수 없게 된다면 가지고 있는 돈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재산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일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재산이 그대로 있다는 것은 부동산 월세나, 은행 이자 등 기타 수익으로 충분히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과연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정확한 통계 수치까지 따져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런데 중산층이라는 것은 이처럼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OECD에서는 중산층에 대해서 중위소득 75~200%의 사람들을 중산층이라고 하고 있다. 중위소득이라는 것은 한 나라의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을 세운 뒤에 그 정가운데에 위치해있는 사람의 소득을 중위소득이라고 말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기준으로 2023년 1인가구의 중위소득 100%는 207.8만원이다.

그렇다면 50%는 155.85만원, 150%는 311.7만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혼자 사는 사람들 중에서 155.85만원 이상, 311.7만원을 버는 사람들은 모두 중산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버는 사람들이 현금 자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아마 그렇지 못할 것이다.

SNS의 환상과 현실, 중산층의 삶에 대한 고찰

아무리 알뜰하게 생활하더라도 자신이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인데, 그랬던 이들이 수도권에서 수억이 넘는 집을 대출 하나 없이 자신의 자산만으로 구매할 수 있으려면 10년 이상을 일하면서 저축을 하더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당장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 백수가 된다면 저축해둔 돈을 쓰지 않고 추가로 들어오는 돈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을리도 없다는 것 역시 말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즉, 우리가 가지고 있는 중산층이라는 이미지와 실제 중산층의 기준은 너무 큰 괴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SNS 등으로 인해 높아진 우리의 눈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 사람들이 모두가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해외 여행을 다니고, 명품백을 사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저것이 일반적인 것이 되고 그러지 못하는 이들은 중산층보다 못사는 사람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남들이 가진 것에 대해서 부러워만 하고 있지만 실제로 SNS에 그렇게 과시용으로 게시글을 올리는 이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자신이 버는 돈의 대부분을 외제차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하느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 카푸어, 명품백을 사느라 당장의 생활비가 없는 원룸족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자신들을 더욱 가벼운 존재로 여기면서 자신이 가지지 못한 다른 이들의 모습만 선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선망하던 모습들조차 실제로는 자신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SNS나 인터넷으로 보고 있었던 모습들이 모두 거짓으로 꾸며진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자신이 중위소득 75%~150% 사이의 중산층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은 더 괜찮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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