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의 순환···. 우리는 왜 갑과 을이 번갈아가며 되는가?

김지연 기자 승인 2024.01.28 08:39 의견 0

[포스트21 뉴스=김지연 기자]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것은 항상 상대적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무엇을 가르쳐주는 사람이기도 하고, 반대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배워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나와 상대방의 입장 차이에 따라 매번 달라지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순간에는 갑의 입장이 될 수 있고, 어떤 순간에는 을의 입장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소위 말하는 ‘갑질’이라는 것을 대부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직장 상사에게, 혹은 고객들에게 불합리한 요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반박을 하는 것보다는 고개를 숙이고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들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갑질을 당해본 사람들은 그 경험에 대해서 그 누구도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갑질을 당하는 것을 싫어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갑질에 대해서 예민하고, 그런 몰상식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한다.

언제든지 그 갑질의 대상이 우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은연중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갑질에 대해서 싫어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갑질 이슈에 대한 뉴스기사 댓글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경비원에 대해서 갑질을 하는 아파트 주민들에 대해서, 그들 역시 누군가에게는 을의 입장이었을 것이다.

자신들 역시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면 화가 나고 힘들었을 텐데, 자신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있는 이들에게 갑질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갑질을 한 사람들에 대해서 비난한다. 갑질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고, 갑질을 하는 이들에 대해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들을 알고 있음에도 갑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사회적 갑질의 끝없는 사이클···. 이기심이 사라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아파트 경비원들,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 대한 학부모들의 갑질 등 서로 간의 관계에 있어 비교적 약자가 존재하는 경우 항상 갑질은 등장하고 있다. 왜 우리는 갑질에 대해서 비난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다른 누군가에게 갑질을 하는 상황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이는 바로 이기심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당하는 것은 싫지만, 남이 당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내가 당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라서 갑질을 당하는 것이고, 내가 다른 이에게 갑질을 하는 것은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갑질을 하던 이들의 경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을 때 이에 대해서 자신이 잘못한 것을 깔끔하게 인정하기 보다는 자신은 정당한 권리를 주장했을 뿐이다라고 변명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이기심을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갑질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모두가 평등한 사회라고 말은 하지만 인간 관계에 있어서 항상 비교적 약자는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관계 속에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배려하지 않는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갑질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자신은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불합리한 요구일 수도 있다는 점을 우리는 항상 명심해야만 한다.

저작권자 ⓒ 포스트21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