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서커스 다이애나 칼럼] 음악에도 T자형 인재는 필요하다

뮤직서커스 다이애나 승인 2019.09.17 00:37 | 최종 수정 2019.09.17 00:40 의견 0
뮤직서커스 다이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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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서커스 다이애나] “음악으로 먹고 살기 참 힘든 사회”라고 한다. 그런데 지하철, 버스를 타보면 절반 이상이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우리사회에서 “음악가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음악가들이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가 비교적 적은 것도 사실이지만, 과연 그것만이 문제인 것일까? <불쾌지수송>, <‘도’만 나오는 노래> 등 전통음악의 시각에서 보면 음악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음악들이 이슈가 되는 세상이다.

<불쾌지수송>은 뉴스에서 한 시민이 “날이 덥고 불쾌지수가 높아 견디기 힘들다”는 인터뷰 멘트에 음악을 붙인 노래이고, <‘도’만 나오는 노래>는 계이름 ‘도’ 만으로 작곡한 노래에 붙인 말장난스러운 가사를 영상으로 표현하는 노래이다.

음악적 완성도도 상당히 좋은 두 노래는 각각 광고음악으로 채택되면서 음악계에 모범적인 사례(?)를 남겼다. 가히 음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라 할 수 있다.

음악으로 ‘먹고 살고자 하는’ 음악가들은 이런 니즈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장르를 융합하여 완성도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

물론 모든 음악가들이 이러한 길을 택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체계처럼 음악전공자들이 ‘클래식’, ‘국악’, ‘실용음악’ 중 각자의 전공에만 몰두하여 다른 전공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로 학교를 졸업하는 것 또한 건강하지는 않다.

물리세계, 디지털세계, 생물세계가 융합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장르융합 음악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들이 각광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예술장르 융합은 2006년 ‘e-편한세상’ 아파트의 광고로 DJ, 비트박서, 비보이팀, 가야금연주단이 함께 연주한 <캐논변주곡> 이후 이미 우리나라에서 문화사조로 각광받은 바 있어 대중에게 낯선 영역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예술가들에게 낯선 장르일 뿐이다. 뉴스와 음악이 융합된 <불쾌지수송>, 말장난과 음악이 결합된 <‘도’만 나오는 노래> 등 이제 대중은 새로운 예술의 퓨전을 추구한다.

융합사회에 걸맞은 음악의 융합훈련은 교육기관에서 담당해야 한다.

우선은 부전공 및 복수전공 제도를 활용하였다가, 장기적으로는 융합음악학과를 개설하여 예술계의 T자형 인재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가닥 잡을 수 있다.

융합음악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은 4차 산업시대에 세계인을 대상으로 기발한 CM송과 예술작품, 그리고 음악계의 새로운 사조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모든 학생들을 명연주자로 만들겠다는 동일한 목표보다는 모든 학생이 독특한 T자형 프로듀서가 되어 문화적 다양성을 확충하고, 전 세계에 K-music의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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