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뮤직서커스 다이애나, 소소한 짜파구리는 사실 위대했다

칼럼니스트 뮤직서커스 다이애나 승인 2020.03.02 18:40 | 최종 수정 2020.03.02 18:44 의견 0
칼럼니스트 뮤직서커스 다이애나
칼럼니스트 뮤직서커스 다이애나

[포스트21= 칼럼니스트 뮤직서커스 다이애나] 영화 <기생충>의 돌풍으로 미국의 한식당에서 채끝 짜파구리를 신메뉴로 내놓는 등 해외에서 ‘짜파구리’가 인기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짜파구리가 단독제품이 아니라 짜장면을 인스턴트한 ‘짜파게티’와 동일회사의 주력 라면상품인 ‘너구리’를 반반 섞어 끓이는 모디슈머(자신의 뜻대로 제품을 활용하는 소비자) 레시피라는 점이다.

사실 ‘카쿠리’(카레라면과 너구리의 조합), ‘치즈게티’(치즈볶이와 스파게티의 조합) 등 2개 이상의 식품을 조합하는 요리법은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외국에서는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서 한국의 모디슈머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내놓기도 하였다.

일상 속에서 즐겨먹는 음식을 조합하는 것은 대한민국에서 이제 낯선 모습이 아니다. 해외에서 들어온 음식조차도 재해석하여 새로운 창조물을 탄생해내는 것이 K-푸드의 위상이 되었다.

해외의 음식을 맛보고 경험한 사람들이 이를 한국에 알리고, 국내의 모디슈머들이 이를 한국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작장면은 짜장면이 되었고, KFC의 후라이드치킨은 양념치킨이 되었으며, 프랑스의 마카롱은 뚱카롱이 되었다.

위대한 과학자, 발명가의 엄청난 창조물이 아닌 가장 평범한 사람이 겪게 되는 일상적인 경험들이 만나 ‘색다름’을 탄생시킨 것이다. 4차 혁명시대는 ‘융합교육’의 시대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교육 리더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기초학문인 인문학과 개별학문을 융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융합을 거창하게 시작하면 너무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가장 쉬운 수준, 즉 학습자의 경험과 그들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개인이 쉽게 이해하여 적용할 수 있고, 이를 적용한 가시적인 결과물이 소소하더라도 확실하게 보여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개인의 성장배경을 모티브로 창작한 소설, 상을 받았을 때의 기분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 등이 그 예시이다. 이처럼 융합은 ‘대단한 무언가’보다는 ‘개인의 소소한 스토리’에서부터 시작한다.

마치 ‘짜파구리’처럼 말이다. 한국의 문화력은 작년 BTS의 빌보드 기록과 올해 봉준호 감독까지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며 인정받고 있지만, 더 강한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국민 개개인의 다양한 스토리와 경험이 다양한 융합의 재료로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본인의 경험을 문화예술작품으로 가시화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 등 SNS가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봉준호 감독이 오스카 영화 시상식 수상소감에서 마틴 스코세지의 말을 빌려 했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는 소감처럼 한국의 색깔을 바탕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문화예술재료를 수집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위대한 토종 플랫폼이 탄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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