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이슈> 한국 게임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 가챠

김민진 기자 승인 2021.10.13 07:04 의견 0
일본의 캡슐토이

[포스트21 뉴스=김민진 기자] 한국의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수익을 담당하고 있는 분야는 단연 모바일 게임이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지니고 있는 만큼, 모바일 게임 시장은 누구든 고객이 될 수 있는 분야다.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시장이었지만, 최근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게이머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속칭 가챠 문제 때문이다. 대체 가챠가 무엇이고,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일본의 경품 기계에서 비롯된 가챠

가챠라는 단어는 발음을 들으면 알 수 있듯이, 일본의 의성어에서 비롯된 용어다. 경품 추첨이 굉장히 일상화된 일본에는 작은 상품을 얻는 뽑기 기계인 가샤폰이 있는데, 이는 파칭코와 함께 일본을 상징하는 기계로 이름이 높다.

가챠는 이 작은 기계에서 경품이 나올 때 나는 소리를 표현한 것으로 가챠가챠라 표현된다.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철컥철컥, 절그럭절그럭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챠는 파칭코와 묶여서 사행성이 짙은 기계로 인식되는 만큼 도박의 일종으로 알려져 있는 기계다.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용어지만, 2004년, 온라인 게임에서 가챠의 원리가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면서 게이머들에게 익숙해졌다. 확률형 아이템이란 현금이나 게임 내에서 통용되는 게임머니를 지불해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아이템 거래는 이미 게임계에서 익숙한 요소지만, 확률형 아이템은 조금 독특하다. 아이템의 성능이나 외형, 종류 등 구매할 때 당연히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구매 후에 랜덤하게 확정된다.

패키지를 구매하면 그 안에 포함된 수많은 완성형 아이템 중 일부를 랜덤하게 얻는 경우도 있고, 같은 아이템을 구매해도 구매할 때마다 주요 아이템 수치가 다른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이처럼 아주 간단하게 설명 가능할 정도로 심플하게 출시되었던 확률형 아이템은 시간이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다양해지는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오늘날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확률형 아이템을 개봉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 중 일부를 재화로 활용해 또 다른 상위등급 아이템으로 뽑는 이중가챠도 있고, 가챠를 통해서 얻는 아이템들을 이용해 빙고를 만들거나 목록을 채워 또 다른 능력을 얻는 방식도 있다.

이미 게임 내에 일상적인 도구가 된 확률형 아이템
이미지 출처 :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크게 보면 단순한 아이템 강화 성공 확률도 확률형 아이템의 일환으로 볼 수 있으며, 여기에 붙는 랜덤한 수치도 가챠라 불리곤 한다. 확률형 아이템이 무서운 이유는 이 방식이 도박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품을 열기 전까지는 그 안에 원하는 상품이 들어있는지, 상품의 기능이 정상적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패키지 하나를 얻는 데 적게는 만원, 크게는 10만 원까지 비용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보자. 컴플리트 가챠의 대표적인 형태로 자주 언급되는 리니지 2M을 보면 확률형 아이템에서 원하는 아이템을 얻는 게 얼마나 힘든가를 알 수 있다. 리니지 2M에서 신화 무기 등급의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화 제작 레시피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레시피를 얻으려면 먼저 재료상자를 현금으로 구입, 0.25~2%의 확률로 ‘희귀 제작 레시피’ ‘영웅 제작 레시피’ ‘전설 제작 레시피’ 등 세 종류의 아이템을 얻어야 한다.

이후 각각의 아이템을 ‘고대의 역사서 1~10장’으로 변환하고 나면 그제서야 신화제작 레시피를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각각의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자 할 때, 모든 과정에서 확률이 관여한다는 거다.

이미 게임 내에 일상적인 도구가 된 확률형 아이템
이미지 출처 :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가장 후하게 쳐도 100개 중에 2개 얻을 확률의 레시피를 다시 다음 아이템으로 변환할 때 또 확률이 관여하고, 그 다음 과정에도 다시 확률이 영향을 미친다. 이같은 사행성 때문에 일본에서는 이미 확률형 컴플리트를 불법으로 금지시켜 놓았다.

반면, 온라인 게임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한국에서는 불법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규제를 통해 확률형 아이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주도적이다. 이미 2015년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와 자율규제를 실시하고 있으나, 게임사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율규제가 답인가?

처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법은 자율규제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지나친 규제가 게임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임 개발사들의 의견을 수용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타난 자율규제는 눈 가리고 아웅과 같은 형식과 다름이 없었다. 유료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공개를 법으로 제정하자, 게임사는 유료형과 무료형 아이템을 혼합해 교묘하게 법을 피하는 방식으로 확률형 아이템은 계속 진화를 이어나갔다.

확률형 아이템의 폐단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게임사가 자사의 게임에 적용되는 모든 확률을 공개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사는 지금까지 모든 확률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해오고 있었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강화
이미지 출처 : 한국게임산업협회

이에 소비자들인 게이머들이 직접 나섰다. 지나친 확률형 아이템 남발로 도박인지, 게임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쏟아내며 행동에 나선 게이머들에 의해 최근, 상당수의 게임 개발사가 그동안 불문에 부쳐왔던 확률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실체가 드러난 확률형 아이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리니지 2M에서 상위 직업인 영웅 클래스를 뽑을 확률은 0.00245%~0.0049%. 10만 번을 뽑으면 2~4번 원하는 아이템이 나온다는 뜻이다.

뽑기를 11번 할 때 드는 비용이 3만원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적게는 수백만 원, 많게는 수천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확률형 아이템이 문제가 된 이후, 한국 게임계에서도 이를 규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섣부른 규제는 게임산업에 독이 될 우려가 있기에 아직까지는 자율규제 방식만 바꿔가며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12월부터 자율규제 개정안이 도입되어 시행될 예정이다. 게임을 도박과 비슷한 콘텐츠로 끌어내리는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계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저작권자 ⓒ 포스트21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