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칼럼] 김한설 변호사,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중에 이사 갈 집 주소에 확정일자 받아도 될까?”

주민등록(전입신고)·확정일자·임차권등기명령 등 보증금 반환에 관한 제도의 이해

포스트21뉴스 승인 2024.03.28 15:00 의견 0
법률전문가 김한설 변호사

[포스트21 뉴스=편집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세’는 민법상 정확하게 말해서 ‘임대차’라고 한다. 전세사기가 사회적인 큰 문제로 대두된 후 대부분 주택임대차 계약 후 ‘주민등록(전입신고)’과 ‘확정일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 개념과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경우 작은 변칙적인 상황에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전세 세입자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을 하나의 사례를 통해 설명해보려고 한다. 전세 계약만료 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중에 이사하려는 주택에 확정일자를 받아도 되는지 알아보자.

-사례-

빌라에 전세 세입자로 살고 있던 김철수(가명)는 2024년 2월 10일 날짜로 계약만기가 됐지만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했다. 그런데 혼인을 앞둔 김철수가 신혼집으로 새로운 아파트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상태라 시급하게 이사를 가야하는 상황이다.

추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임차인으로서 대항력을 갖기 위해 2024년 2월 13일, 임차권등기를 신청했다. 임차권등기 신청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새로 이사할 주택에 전입신고는 하지 않더라도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도 문제 없을까.

임차인의 대항력 = 주택 인도 + 주민등록(전입신고)

임대차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 둘만의 계약이다.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임대인과 임차인 둘 사이에서만 효력이 있고, 제3자에게는 권리를 주장(대항) 할 수가 없었다. 임차인이 거주 중인 상황에 임대인이 집을 매매하거나, 주택을 담보로 돈을 대출하고 근저당을 설정하거나, 다른 임차인과 이중 계약을 해버리면 기존 임차인으로서는 강제로 퇴거하거나 거주에 관한 다툼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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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1981년 무렵,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생겼다. 이에 따르면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점유: 실제로 집에 거주하거나 계속적으로 사용한다는 의미)’ 받아 ‘주민등록’을 마치면 제3자에게도 ‘대항력’을 주장할 수 있다.

대항력을 취득한 후에는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다른 임차인이 나타나더라도 그에 대항하여 계속 거주할 수 있다(대항력은 전입신고를 한 다음날 발생한다. 다만 전입신고 다음날 이후에 주택을 인도 받으면 인도 받은 날 발생한다).

보증금 반환 우선변제권 = 임차인의 대항력 + 확정일자

‘대항력’은 제3자에 대항하여 임대차계약에서 약속한 만기 시점까지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는 권리이나, 그것만으로 ‘우선변제권’까지 확보할 수는 없다. 즉, 대항력을 갖춘 경우 만기 후 주택에서 나가면서 보증금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임차인들보다 ‘우선’하여 받을 수 있는 권리까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선변제권을 얻으려면 ‘확정일자’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앞서, 주택을 ‘인도’받아서 ‘주민등록’을 마치면 대항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하여 주민 센터나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예를 들어 2022년 2월 10일)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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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확정일자를 받는다면, 이후 임대인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근저당을 설정하더라도 건물이 경매가 진행될 때 그들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이 생긴다(물론 소액보증금은 확정일자 없이도 우선변제권을 가지지만 법이 인정하는 극히 소액이 아니라면 해당되지 않는다).

임차권등기명령 제도 = 임차인의 대항력 + 우선변제권

이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갖춘 상황에서, 임대차계약에서 명시된 만기 날짜가 도래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임차인이 주택에서 퇴거 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거나 경매절차를 통해 반환받는다면 문제가 없다. 문제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형편이 되지 않고, 경매도 진행되지 않는 경우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인도와 주민등록을 대항력 취득 및 존속요건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이사를 해서 ‘인도(점유)’받지 않는 상태가 되거나 ‘주민등록’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 대항력을 잃게 되고, 그 결과 당연히 우선변제권도 잃게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임차권등기명령’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임대차 만기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는 경우, 임차인은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고 부동산 등기부에 임차권등기명령이 기재되면 그 즉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확보된다.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은 후에는 이사를 가거나 주민등록을 옮기더라도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권리를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위 사건에서 김철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주민등록’과 ‘확정일자’는 연관된 제도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별개의 제도이다. 결론적으로, 대항력(=인도+주민등록) 유지를 전제로 하는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절차가 진행 중이더라도, 이사할 주택에 관한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더라도 문제가 없다.

김철수는 새로운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두고,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은 뒤 새로운 주소로 이사하면서 주민등록을 하면 된다. 이 경우 새로운 주소지에 대한 우선변제권은 주민등록 다음 날을 기준으로 확보된다.

※추후에는 전세사기 유형 및 대처법, 전세사기 특별법에 관한 내용이 연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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